[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침몰 해역 유속 빨라 수색 쉽지않을 것” 걱정
입력 2010-03-28 21:51
안타까움속 생계 걱정 백령도 표정
“오늘 출항할 수 있나?”
해군 천안함 침몰 사흘째인 28일 오전 8시쯤 사고해역인 백령도 장촌 포구 앞 남촌1리에 사는 배종진(48)씨가 장인호(58)씨에게 물었다. 장씨는 배씨 옆에서 포구 앞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장씨는 “노란 깃발이 걸렸네. 근데 사람이 물에 많이 빠졌는데 나갈 수 있겠나. 수색활동을 도와야 할지 모르니 대기해야지”라고 말했다. 노란 깃발은 바다로 출항이 가능하다는 표시다. 전날은 날씨가 좋지 않아 출항이 금지됐었다.
배씨와 장씨가 내려다본 바다 위에는 수색작업 중인 해군 군함 10여척과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탄 작은 보트들이 곳곳에 떠 있었다. 해안가에는 해병대원들이 깨알처럼 흩어져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었다.
천안함 침몰 직후 백령도는 섬 전체가 술렁였다. 고춘자(45·여)씨도 사고 당일 ‘꽝’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통째로 울리자 바닷가로 뛰어나가 상황을 지켜봤다. 고씨는 “사격훈련 통보도 없이 포 소리가 들려 뭔가 심상치 않았다”며 “조명탄에 헬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사고가 북한과 관련이 없을 것 같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안정을 되찾았다. 인천에서 여객선이 오가는 용기포항 터미널도 평소와 다름없이 관광객과 주민들이 오갔다. 하지만 용기포항 주변에 군 병력이 배치되고, 사곶 해안 등 일부 관광지가 군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민은 전복과 소라를 따기 위한 통발 작업이나 양식장 관리를 위해 바다에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어민은 출항하지 않았다. 대신 까나리잡이용 그물을 손질하거나 어선을 청소했다.
남촌1리 이장 장세견(48)씨는 “많은 인원이 실종돼 안타깝다. 생계도 중요하지만 어업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어민 사이에서는 해안 구조작업이 길어질 경우 다음달 중순에 시작되는 까나리 조업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까나리는 백령도 특산품으로 6월까지는 주민들의 주 수입원이다. 김모(47·여)씨는 “다음달 중순을 전후로 바다에 까나리 그물을 쳐야 하는데 늦어지면 군부대와 실종자 가족, 어민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신속한 사고 뒷수습을 부탁했다.
주민들은 “장촌 포구 앞 바다는 1인치의 밧줄이 끊어질 정도로 유속이 빠르다” “파도가 거세 바닷속으로 몇 m만 들어가도 아무것도 안 보일 것”이라며 군의 수색 작업이 녹록지 않음을 걱정했다.
그러나 포구 주변 바닷길에 익숙한 한 마을 주민은 “어제 오전 9시쯤에 간조가 되면서 배의 선미가 보였다. 그곳은 수심이 20m가 안되는 곳인데 왜 선체를 고정시키지 않고 뒤늦게 배를 찾느라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일부 주민은 사고가 나자마자 바다로 나갔지만 작은 어선으로는 한밤중에 파도가 심한 사고해역에 접근할 수가 없어 주변만 맴돌았다며 당시 안타까움을 전했다.
관광수입 감소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진촌동 읍내의 한 모텔 주인은 “바다에서 사고가 나거나 북한과 충돌이 있으면 관광객이 뚝 끊긴다”며 “관광객이 예약을 취소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일을 맞아 교회를 찾은 주민들은 실종자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가을2리 가을교회 강순초(63) 집사는 “사고 당일 포를 쏘는 소리에 놀라서 밤잠을 설쳤다”며 “마을 사람들과 새벽기도에 나가 장병들이 하루 빨리 구조되기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백령도=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