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격? 자작극? ‘유언비어’ 난무…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인터넷 등 음모론 확산

입력 2010-03-28 19:49

해군 천안함이 침몰한 지 사흘째가 되도록 사고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자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추측성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군의 언론 대응 부실을 1차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정부 공식 브리핑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8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 게시판 아고라에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나 특수공작에 의해 침몰됐다는 등의 추측성 글이 400건 넘게 올라왔다. 네티즌 ‘불광동휘발유’는 “배가 두 동강 났다면 내부폭발이 아니라 북한 잠수정의 실전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고 주장했다. ‘냐하하’는 “군 당국이 유가족에게도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사이트 ‘유용원의 군사세계’에는 네티즌 김모씨가 “여러 가지 정황상 어뢰에 의한 침몰이 확실하다”며 “현실적으로 막장을 향해 가고 있는 북한의 새로운 막가파 전술 일환이 아닐까 염려된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이번 사고가 우리 군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도 나왔다. 아이디 ‘사랑과 평화’는 “무선교신이 되지 않았다는 해명은 우리 군이 아군(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군은) 처음부터 수색이나 구조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조회수가 1만7400건을 웃돌며 네티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일부에서는 구타와 가혹행위 등에 시달린 후임병이 폭발물을 터뜨린 ‘해군판 김 일병 사건’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네티즌의 동요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다. 아이디 ‘Cannavis’는 “유족들이 눈에 보이는 게 없을 텐데, 불리한 건 다 숨기고 부실한 브리핑을 해 뭘 하겠냐”며 “지금쯤 생존자를 한 곳에 모아놓고 으름장을 놓으며 입을 맞추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추측성 음모론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원인으로 국방부와 해군의 언론 브리핑 부실을 우선 꼽았다. 성균관대 권상희 교수는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대중에게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며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면 나중에 정확한 정보가 확인되더라도 (시민들이) 믿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