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8명 사망 태안해수욕장 교통사고… 출장 7명 참변 농식품부 ‘침통’

입력 2010-03-29 01:47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등 8명이 지난 26일 밤 충남 태안군 해변을 자동차로 달리다 바위에 충돌해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사고 다음날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갔으며 장례를 농식품부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28일 태안경찰서에 따르면 김영준(41·서기관) 지역경제개발과장 등 농림부 직원 7명은 이날 밤 9시50분~11시40분 사이 태안군청 도시계획계장 문선호(46)씨가 모는 그랜드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별주부 기념비’ 앞 해변 백사장을 달리다 ‘자라바위’에 부딪쳐 전원이 숨졌다.

이들은 당일 오후 4시쯤 동료 직원 9명과 함께 해수욕장 인근 ‘별주부마을’에서 열린 농식품부 주관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워크숍’을 마치고 인근 드르니항의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문 계장이 지역에 내려온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해안의 밤경치를 구경시켜 주기 위해 백사장 길로 차를 몰다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발견 당시 승합차는 반파된 상태였으며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망자들은 모두 차량 앞쪽으로 크게 쏠려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차량이 전복되거나 전파되지 않았는데도 전원이 사망한 것은 상당한 속도로 달리던 차량이 제동할 틈도 없이 바위에 부딪치면서 순식간에 목뼈가 손상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해안 부근에 안개가 끼어 있긴 했지만 이 일대 지리와 안개의 위험성 등을 잘 알고 있었던 운전자가 어떻게 해변에 우뚝 선 큰 바위를 몰랐는지 경찰은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문 계장은 평소처럼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는 한꺼번에 직원 7명을 잃은 슬픔과 충격에 매우 침통한 분위기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엔 동고동락해오던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열과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숨진 황은정(39) 실무관은 6살 난 아들과 2살짜리 딸이 있고, 배선자(40) 실무관은 채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의 엄마였다. 한희경(38) 전문관도 각각 7살, 1살배기 딸이 있다.

농식품부는 숨진 7명을 전원 순직처리키로 했다. 영결식은 29일 오전 7시 삼성서울병원에서 거행된다.

태안=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