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가족 표정 “軍에선 무소식” 원망속 가슴 쓸어내려
입력 2010-03-28 22:02
천안함에서 구조된 부상자 43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율동 국군수도병원에는 28일 생존자 가족의 방문이 잇따랐다. 사고 소식에 놀란 가슴으로 한걸음에 병원을 찾았던 생존자 가족들은 아들 등이 살아 있는 모습을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연규 하사를 면회하러 온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주위에서 다들 천운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순천(49)씨는 “아들이 함정의 레이더를 조작하는 전탐병이어서 배 앞쪽에 있었고, 사고 당시 당직자였기 때문에 다행히 잘 빠져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뉴스를 보자마자 어제 첫차를 타고 경남 진해에서 올라왔다”며 “어제는 10분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 아들 얼굴을 제대로 다시 봐야겠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전환수 이병의 이종사촌형 이운성(37)씨는 면회를 마치고 나와 “동생은 개인정비 시간에 앞쪽 선실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며 “폭발음이 들리면서 선체가 흔들리고 넘어져 오른손 인대를 다쳤다”고 말했다. 전 이병은 정전이 돼 비상표시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바로 갑판 위로 올라가 화를 면했다고 했다.
생존자 가족들은 이구동성으로 “군에서는 연락을 받은 것이 없고 뉴스를 통해서야 알았다”며 야속함을 드러냈다. 약속한 면회시간을 지키지 않아 화가 났다는 가족들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생존자 가족은 “가족들은 전부 나가 있으라고 하더니 1시간 동안 면담조사를 했다”며 “1분도 만나지 못했는데 면회시간이 다 됐다고 해 더 오래 있겠다고 우겼다”고 말했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된 장병들의 상태는 대부분 말하거나 걷는 데 지장이 없이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사고 직후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던 정종욱 상사와 신은총 하사 등 부상자 6명도 허리, 목, 손가락만 다친 것으로 진단됐다. 신 하사의 아버지 신원향(57)씨는 “아들이 많이 안정을 찾았다”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게 하려고 내일 CD플레이어를 가져다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오후 6시30분쯤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을 방문, 장병을 격려했다.
성남=이경원 유성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