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이어 교체 2명도 親정부측 인사… 금통위 지배구조 다시 도마위에
입력 2010-03-28 22:04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지배구조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직접적 이유는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시기에 김중수 신임 한은 총재에 이어 곧 선임되는 2명의 금통위원도 정부가 선호하는 인사로 채워지면서 금통위의 무게 중심이 급격히 ‘성장 중시’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관 추천제’로 대표되는 현재의 금통위원 임명 방식이 통화정책의 생명인 독립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데 근본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안으로는 임기를 늘려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회 의석 비율 등에 따라 야당 몫으로 일정 수의 위원을 보장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통위 왜 문제=현재 7인의 금통위원 가운데 한은 총재와 부총재만 당연직이고 나머지 5인은 추천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추천기관은 기획재정부·한국은행·전국은행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다.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외부기관의 추천을 받도록 했지만 청와대나 기획재정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게 현실이다.
임기도 논란의 핵심이다. 대통령의 임기(5년)에 비해 금통위원의 임기(4년)가 짧다보니 대통령 임기 안에 7명 전원이 물갈이된다. 임명권자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을 뿐 아니라 업무 연속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2008년 4월 21일 최도성 위원 등 3명이 선임됐고 이주열 부총재는 지난해 4월 8일 임명됐다. 이성태 한은 총재에 이어 다음달 심훈 위원과 박봉흠 위원이 퇴임하면 7명 전원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교체된다.
◇“임기 늘리거나 야당 몫 배분을”=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거의 같은 시기에 위원의 절반가량이 바뀌는 것은 금통위의 중요한 역할을 감안할 때 큰 문제”라며 “임기를 늘려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전문성에 입각해 통화신용 정책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 대통령의 임기 안에 금통위원 전원이 교체되지 않도록 최소한 금통위원 임기를 5년 이상으로 늘려야 하며, 국회가 최소한 임명된 금통위원의 자질 등을 검증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의회가 우선적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업무 수행을 점검하고 책임을 묻는다”며 “금통위원 임기 연장도 필요하지만 여야의 의석 비율에 따라 야당에도 일정한 수의 금통위원 추천권을 주는 게 금통위 독립성 확보에 더욱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