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회계감사 대란’… 28개社 무더기 증시퇴출 위기

입력 2010-03-28 18:06


코스닥 시장에서 ‘회계감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깐깐해진 회계감사 탓에 증시 퇴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2월 코스닥 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해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를 도입했다. 그 후폭풍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된 개인 투자자는 회계법인의 감사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엄격한 잣대에 잇단 퇴출=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까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의견 거절’ 등의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기업이 28곳이다. 이 가운데 23곳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해 무더기 퇴출이 불가피하다. 감사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 4가지가 있다. 부적정이나 의견 거절은 상장을 폐지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

회계 감사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것은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를 도입한 영향이 크다. 실질심사에서는 기업 경영의 계속성, 투명성, 건전성 등을 종합 판단한다. 회계법인이 형식적 요건만으로 감사 의견을 ‘적정’으로 주기 어려워진 것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실질심사제를 도입한 뒤 27개 기업을 이미 퇴출시켰다.

또 회계법인이 실질심사를 크게 의식하면서 감사를 거친 영업실적이 당초 기업이 발표한 실적치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을 공시한 코스닥 기업 247곳 가운데 순손실 규모가 1억원 이상 늘어난 기업은 71곳에 이르렀다. 3개 기업은 순이익이 순손실로 바뀌었고, 자본잠식이 발생한 회사는 5곳에 달했다. 연간 자본 잠식률이 50%를 넘어선 기업은 2곳이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네오세미테크는 순이익 247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가 지난 24일 22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말을 바꿨다. 퇴출 대상에 이름을 올린 포네이처는 지난해 순손실 194억원이 외부 감사 후 520억원으로 급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금융당국 ‘감사 강화’…주주들 반발=금융당국은 상장사 외부감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시장의 건전성을 높여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올 들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는 상장 폐지된 곳을 포함해 7개 기업에 이른다. 지난 1월에는 증선위가 회계감사 기준을 위반한 회계법인 6곳을 제재했다.

금융위원회는 우회 상장 기업에도 외부 감사인을 강제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 기업 모노솔라에 합병된 뒤 우회 상장됐다. 우회 상장 기업은 현행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상 감사인 지정 대상에서 빠져있다.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 개인 투자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오세미테크 주주들은 지난 25일 포털사이트에 대책모임 카페를 만들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재감사 및 이의신청 결과를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28개 종목에 묶여 있는 개인 투자자 돈은 3127억원(거래정지 직전일 시가총액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리 매매 기간의 자금 회수율이 통상 5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최소 1564억원이다. 네오세미테크의 경우 1인당 최대 피해액이 2224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