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증권터치] 美증시 거래량 가파른 회복 악재 될 수도
입력 2010-03-28 18:18
주가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거래량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가솔린과 같다. 자동차가 힘을 내기 위해서는 연료가 든든하게 채워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세장이 유지되려면 거래량이 많아야 한다. 반면 거래량이 한번 뚝 끊어지기 시작하면 약세장으로 가는 징후로 간주된다.
1921년, 32년, 49년과 82년에 미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률(PER) 최저치와 거래량을 보면 거래량이 바닥을 칠 때와 주가 저점이 대체로 일치했다. 무엇보다 특정시점에서 대량거래가 터지는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점차 거래가 늘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 21년과 82년 거래량 패턴이 강세장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공황과 비교되는 금융위기였으나 정부의 빠른 대응으로 PER 13배 수준에서 주가 회복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제 미국의 PER 수준은 22배(1년 예상 PER의 경우 14배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그러나 PER이 20배를 넘어서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 들어갈 경우 거래량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이후 거래량 증가는 오히려 증시 하락 신호가 된다. 46년과 61년의 사례가 그것이다.
90년대 이후부터 2002년까지 미국 증시는 꾸준히 거래량이 증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2000년 미국 증시 고점 이후부터 2002년 저점까지도 거래량이 감소하지 않고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2003년 이후 상승 국면에서도 의미 있는 거래량 회복이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상승 국면에서는 되레 거래량이 감소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거래량의 가파른 회복이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올해 미국 증시는 어쩌면 거래량을 수반하지 않고 올라가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