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 현장을 가다-⑦ SH공사] 보수적 공기업에 ‘민간 효율’ 접목… 개혁 주춧돌 놨다

입력 2010-03-28 17:02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서울특별시 SH공사의 유민근 사장은 1년간 성과로 효율과 경쟁력을 꼽는다.

민간기업 출신으로 처음 SH공사 수장을 맡은 유 사장은 보수적인 공기업 문화에 민간의 효율성을 접목시키는 데 힘을 기울였다. 취임하자마자 연공서열을 무너뜨린 파격 인사로 공기업 개혁을 알렸다.

SH공사는 올해 공기업 최초로 각 사업본부별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책임본부제’를 시행한다. 본부별 실적과 고객만족도, 청렴도 등 평가 내용에 따라 본부장의 유임, 해임 여부가 결정되고 본부 소속 직원의 승진, 연봉 평가 등의 근거가 된다. 올 상반기 평가실적을 토대로 하반기 인사 때부터 이 제도가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성과평가 시스템이 없다보니 직원 개개인과 각 사업본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웠다. ‘철밥통’ ‘신의 직장’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공기업 풍토에 SH공사가 혁신의 또 다른 사례를 추가할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SH공사는 지난 16일 서울 개포동 본사에서 ‘노사협력 윈-윈(Win-Win) 선언식’을 가졌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노사 협력이 기본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게 유 사장의 생각이다. SH공사 노조는 2008년말 사측과 신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평화선언을 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엔 행정안전부와 지방 공기업 노사의 선진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정 국민섬김 선언에도 참여했다.

SH공사의 올해 역점 사업은 장기전세주택(Shift·시프트) 역대 최대 규모 공급과 마곡도시개발사업 두 가지다.

2007년 4월 탄생한 시프트는 3년간 서울시 주거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공급된 가구수는 7884가구에 이른다. SH공사는 올해 공급 시프트를 3년간 공급량과 맞먹는 1만여 가구로 잡았다. 2018년까지 총 13만2000가구를 공급하는 장기적인 계획도 갖고 있다.

유 사장은 “요즘 전셋값 급등 등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시프트 공급 확대는 주택시장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곡도시개발사업은 강서구 마곡동 일대 336만㎡ 부지에 미래형 친환경 도시를 세우는 것으로, 서울 도시개발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주거단지와 국제시설, 한강을 기반으로 한 휴양시설인 워터프론트 등이 조성된다. 지난해 착공해 올해 기반공사가 이어진다. SH공사는 폐기물과 태양열, 지열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 시설과 폐열 활용, LED 조명 등이 대표적인 원가절감 요소다.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H공사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공동주택 인방보형 지진제어장치를 개발했다. 인방보란 문틀이나 창틀 위쪽에 설치해 하중을 좌우로 분산시키는 부재를 말한다.

기존의 공동주택은 지진에 저항하는 내진설계 기법만 적용됐을 뿐이다. 하지만 SH공사의 신 지진제어기술은 지진의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를 이용해 건축 구조물이 부담해야 하는 지진력을 최대한 감소시키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철근 등 골조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줄고, 제작과 설치가 쉬워진다. 공사 측은 연간 2만 가구 신축 기준으로 볼 때 약 6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SH공사는 이와 관련해 특허 3건을 출원했으며 현재 사업시행 중인 양재동 시프트와 천왕2지구, 신내3지구 업무시설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해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