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태권도 사범의 원조 남태희씨 “태권도 명칭, 내 격파시범서 나왔지요
입력 2010-03-29 01:52
“국제태권도연맹(ITF)이나 세계태권도연맹(WTF)을 따질 것 없이 우리 태권도는 하나입니다.”
1954년 육군 29사단에 차려졌던 태권도장의 원형인 ‘오도관’ 공동 창설자 남태희(84)씨가 고국을 찾았다. 당시 남씨는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맨주먹으로 기왓장 13장을 격파하는 태권도 시범을 보인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이 모습을 보고 이승만 대통령은 “저 무술은 태껸 아니던가”라는 말을 남겼고, 이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가 태권도란 명칭이 유래한 시발점이 됐다.
이 대통령으로부터 ‘태권도 우남(이승만)’이라는 친필을 하사받은 남씨는 59년에는 ‘M21’이라는 비밀지령을 받고 베트남, 필리핀, 대만에 태권도를 가르치러 떠났다.
해외 태권도 사범의 원조격인 남씨는 또 최홍희(2002년 북한에서 별세) 밑에서 북한에서 만든 ITF 태권도의 기틀을 잡은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대사를 지낸 최씨와 함께 동남아시아에서 태권도를 전파했던 그는 70년대 초 전역 이후 고국을 떠났다. 박정희 정부와 불편했던 ITF 창설자 최씨가 72년 캐나다로 망명한 이후 남씨는 미국에 정착했다.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에 도장을 열어 교민과 현지인들에게 태권도를 전수하며 30년 세월을 보냈다. 2000년 현역 사범에서 은퇴한 남씨는 미국에서 세계태권도연합(WTA)이라는 단체를 창립한 멤버이기도 하다.
WTA는 ITF 내부적으로는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계열, 최중화(최홍희 아들) 계열, 트란 트리유 콴(베트남계 캐나다인) 계열에 이어 ‘제4의 ITF 태권도’로 분류된다.
한국에서 창설한 WTF의 초청을 받아 최근 고국을 찾은 남씨가 태권도와 관련된 일로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북·반한 활동을 편 ‘최홍희의 교관’으로 불렸던 그였기에 그동안 한국 정부는 물론 국내 태권도 단체에 가까이 하기 힘든 인사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남씨는 WTF가 추진하는 해외 원로 태권 사범 감사패 전달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WTF 본부를 찾았다. 조정원 WTF 총재를 만난 남씨는 “내가 태권도란 말을 만들었는데 고국의 태권도 단체가 한 번도 날 불러준 적이 없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김준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