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껌

입력 2010-03-28 20:03

껌의 역사는 기원전 2세기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멕시코의 마야족 동굴벽화에서 당시 무언가를 씹는 모습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오늘날의 껌은 1880년대 미국의 토머스 아담스에 의해 상품화됐다. 멕시코에서 자라나는 사포딜라 나무의 라텍스인 치클을 뜨거운 물속에 넣어 부드럽게 한 다음 손으로 둥글게 만들어 약국에서 판 것이 시초다. 이어 1890년대 초반 윌리엄 위그리가 회사를 설립, 미국 전역에 판매하면서부터 껌의 생산은 본격화됐다. 풍선껌은 1928년에 회계사인 월터 다이머가 개발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들여오면서 대중화됐고 1956년부터 우리 기술로 껌을 제조했다.

껌이 인기를 얻은 것은 몇 가지 효능 때문이다.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보탬이 되고 뇌 활동이 활발해져 일의 능률이 오를 뿐 아니라 졸음을 막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껌은 거리를 더럽히는 주범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1992년 껌의 수입·제조·판매를 금지시켰다. 씹던 껌을 공공장소에 버리면 500싱가포르달러(약 40만원), 껌을 불법으로 팔다가 걸리면 2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으로 인해 2000년대 초부터 일부 풀렸지만 여전히 싱가포르에서는 껌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껌을 길에 버리면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물게 돼 있지만 실제 단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심코 버린 껌은 노면에 시커멓게 달라붙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껌딱지 제거를 위한 인건비 부담을 늘려 예산을 낭비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길거리에 뱉어버리는 껌은 개당 100원 남짓이지만 껌딱지를 제거하는 데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다. 이 예산은 모두 시민이 내는 세금이 재원이란 점에서 몇 사람이 뱉은 껌을 시민 전체가 호주머니를 털어 제거하는 셈이다.

이에 서울시가 강제적인 과태료 카드를 꺼내 들었다. G20(주요 20개국) 회의 등 큰 국제행사를 앞두고 껌을 뱉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3만∼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 조례와 규칙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도 요란한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담배꽁초·휴지 버리기, 목줄 없이 애완견을 공원에 데려가는 행위 등에 과태료를 물리기로 한 게 오래전이지만 여전히 이 같은 행위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남호철 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