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대 큰 보수·진보 연중 맞짱토론

입력 2010-03-28 20:21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연구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좋은정책포럼이 우리사회의 갈등 문제를 놓고 연말까지 맞짱토론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의 주선에 의해서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 지식인 간 소통 부재가 우리 사회의 대립과 분열을 증폭시켜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토론은 오는 31일부터 12월까지 10차례 열린다고 한다. 횟수도 많지만 주제도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한국사회 이념논쟁의 문제점과 민주주의에 대한 두 진영의 시각에서부터 경제노선, 남북과 한미관계, 균형발전과 분권, 교육, 사회복지모델, 세계화와 개방, 노동 문제에 이르기까지 주요 국정 이슈와 어젠다가 망라돼 있다.

참석자들도 중량급이다. 보수 진영에선 박효종, 전상인, 이성호 교수가, 진보 진영에선 김호기, 임혁백, 문정인 교수 등이 대표 발제자로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그동안 두 진영의 담론을 주도하고 한국적 뉴라이트와 뉴레프트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인물들이란 점에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런 토론회가 지금에서야 마련된 것은 만시지탄이다. 그간 보수와 진보의 차이점에 대한 연구와 토론회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상호간 공통점과 합의 가능한 부분을 공유하고 도출하는 노력은 부족했다. 유럽 등에선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란 이분법적 낡은 틀을 벗어버린지 오래다. 좌파의 장점을 우파가 수용하고 우파의 강점을 좌파가 차용하는 ‘이념 혼합’이 대세다. 국가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서로의 정책을 베끼는 일은 흔하디 흔한 일이 돼버렸다.

우리도 이제 진보와 보수간 소모적 대립과 갈등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언제까지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20세기식 사고에 갇혀있을 순 없다. 두 진영은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경쟁과 협력의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선진사회로 가는 길이다. 맞짱토론이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어 미래지향적 국가통합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