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함정 침몰참변 차분하게 극복하자
입력 2010-03-28 22:09
신속 정확한 조사 필수… 분별없는 언동 경계해야
주말과 주일, 국민들은 대형 전투함의 느닷없는 침몰 소식에 경악했다. 연평해전에도 참전했던 전장 88m의 1200t급 천안함의 후미에서 원인 모를 폭발이 발생해 바다에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무려 46명이나 되는 승조원이 실종되는 참사가 빚어졌다. 생존자 58명 가운데 31명은 치료 중이다. 실종자 대부분이 선실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악천후 등으로 수색작업이 더뎌 안타까움을 더해 준다.
정부의 초기 대응은 신속했다. 지난 26일 밤 사고발생 직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어제까지 네 차례 회의를 갖고 원인 분석과 구조작업 진척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철저히 조사해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해군과 해경은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해난구조대(SSU)를 급파한 데 이어 천안함의 정확한 위치 파악과 실종 장병 구조를 위해 어제 기뢰함 두 척과 3000t급 구조함 광양함을 투입했다.
그런데 의문점이 너무 많다. 가장 큰 관심사인 침몰 원인부터 오리무중이다. 천안함 내부에서 폭발사고가 난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인지가 우선 명확하지 않다. 폭발로 선체 후미에 생겼을 구멍 주변의 철판이 바깥쪽으로 휘었으면 내부 폭발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안쪽으로 휘었으면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선체 후미의 행방을 몰라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폭발 당시 함장실에 있다가 구조된 최원일 함장은 “내부나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함장마저 사고원인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해군은 현재 외부보다 내부폭발에 의한 사고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부에 의한 사고라면 북한군의 도발을 유추할 수 있는데, 사고지점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10㎞ 이상인 백령도 인근 해상인데다 수심이 20m 정도여서 북한 함정이나 잠수정의 침투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일부 생존자는 내부 폭발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군 소행일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초계함에 실려 있던 함포탄과 어뢰 때문인지, 아니면 연료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규명해야 할 것이다.
침몰 과정도 아리송하다. 군은 당초 폭발로 선체 후미에 구멍이 나 후미부터 침수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김태영 국방장관에 이어 천안함 함장이 선체가 두 동강 났다고 말하면서 이것이 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유언비어는 차분한 대응을 가로막는 적이다. 온라인에는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 등 근거 없는 글들이 나돌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교보다 사병의 희생이 많은 데 대한 엉뚱한 설명이다. 함정의 구조로 볼 때 함상에 있는 장교 및 부사관 숙소는 공중 공격에 위험하고 갑판 아래쪽에 자리한 사병 숙소는 수중 공격에 취약한 게 상식인데도 무책임한 장교-사병 차별론을 제기한 것이다.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린 후임병이 폭발물을 터트린 이른바 ‘해군판 김일병 사건’이라는 식의 낭설도 허다하다.
여기엔 언론과 유사언론 및 그 일부 종사자들 탓도 적지 않다. 한 방송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반잠수정 침몰시킨 듯’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글을 올려 혼란을 부채질했다. 나중에 정정하긴 했지만 경솔한 처사다. SBS TV는 26일 오후 11시40분쯤 ‘스타부부쇼 자기야’ 방송 도중 ‘2함대 소속 초계함 1척 북한 공격으로 침몰’이라는 자막을 내보내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선체를 인양해 진상을 정확히 밝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2002년 제2 연평해전에서 피격 침몰한 130t급 고속정 참수리 357호를 인양하는 데 17일이나 걸린 바 있거니와 1200t급 천안함 인양은 기술적으로 결코 간단치 않다. 천안함이 두 동강 나 뒤집힌 채 침몰했고, 인양에 앞서 실종 장병 수색작업을 마쳐야 하는 난제도 있다.
정부와 해군, 해경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더 분발해주길 바란다. 특히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천안함에 올랐다가 불의의 사고로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있을 실종 장병을 신속히 찾아내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는 실종 장병은 물론 비통함에 빠져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국가와 군이 해야 할 최우선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