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 4대 의문점-①사고 원인] 내부 폭발설·외부 피격설 ‘혼재’

입력 2010-03-29 01:36

해군 천안함이 침몰한 지 사흘째지만 의문점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진상규명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사고 원인이다. 내부 폭발설과 외부 피격설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관련자들의 진술도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사고원인=일단 북한의 직접적인 공격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28일 “현재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도 북한과 가까운 백령도 동쪽이 아니라 서쪽 지점이어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북한 공격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명확하지 않다. 현재 함내 폭탄 폭발설과 유증기 폭발설 등이 제기되지만, 그 가능성이 모두 낮다는 설명이다. 구조된 승조원들은 “내부 폭발이나 암초에 걸려 침몰했을 가능성은 절대로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과거에 설치된 기뢰에 천안함이 부딪혔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원인 규명 장기화될까=원인규명작업이 지연되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장기 미제 사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를테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쾌한 설명 대신 ‘출처 불명의 기뢰에 의한 사고’라는 식의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내부에 의한 폭발일 경우 해군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때문에 내부 폭발이라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뢰일 경우 출처가 불분명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측에서 6·25 전쟁 당시에 뿌린 기뢰인지, 아니면 북한이 의도적으로 흘린 기뢰인지, 북한이 옛날에 흘린 기뢰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이 “옛날 기뢰가 흐르다가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추정이야 10가지 이상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정말 조심스럽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조사한 다음 결과를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3일째지만, 뚜렷한 설명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도 답답함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이상한 사격 정황=사고 당일 함께 훈련에 나섰던 초계함이 공중사격을 한 사실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합참은 당시 천안함 인근에 있었던 속초함이 공중의 고속물체를 향해 5분간 공중사격을 실시했으나 새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 반잠수정이 고속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포착됐다는 설과 당시 북한 전투기 편대가 정찰 중이었다는 설이 있지만 합참은 모두 부인했다.

침몰사건 발생 전후로 북한 특이동향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 합참의 일관된 설명이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도 “북한군에 의한 어떠한 특이동향도 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군 관계자는 “야밤에 새떼가 비행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며 “반사파만을 탐지하는 레이더 화면에는 다양한 물체나 기상 현상이 포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생존자는 왜 발견 안 되나=사고 해역에서 구명조끼나 헬멧 등은 발견이 됐으나 실종자들이 지금까지 한 명도 발견되지 않는 부분도 의문이다. 생존자는 물론 사망자의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고 지역의 조류가 빨라 유실됐을 가능성도 있다. 해군 측의 설명에 따르면 폭발사고 이후 급속한 침몰로 실종자 대부분이 선체의 뒷부분에 갇힌 것으로 보인다. 배준영 해군 인사기획처장은 “실종자 대부분은 기관실과 탄약고, 침실, 식당 등이 있는 함미 부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정 뒷부분과 아래쪽에 있는 기관실, 탄약고, 침실, 식당 등에 실종자들이 있었다면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에 미처 대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남도영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