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분석으로 표적 치료… 맞춤의료시대 열린다

입력 2010-03-28 20:42


30억 쌍의 인간 유전체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 의료 시대가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삼성의료원과 삼성SDS는 최근 삼성암센터 회의실에서 미국 라이프 테크놀로지스(LT)사와 ‘인간 유전체 시퀀싱 및 유전자 기반의 진단과 치료법 글로벌 서비스 공동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로써 올해 들어 국내에서 인간 유전체 분석을 골자로 한 개인 맞춤형 발병 위험 평가 및 치료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한 곳은 가천암·당뇨연구원과 바이오 벤처기업 ㈜테라젠을 포함, 모두 3곳으로 늘어났다. 개인 유전체를 이용한 맞춤의료 개발 현황과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개인 유전체 분석 및 표적 치료제 개발=맞춤의료 보편화의 핵심은 개인 유전체 분석 및 이를 바탕으로 한 위험 질환 표적 치료제 개발이다. 화이자, 머크, 로슈, 애보트, 노바티스, 다케다 등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 관련 바이오 벤처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이 시장에 이미 뛰어들었고, 국내에선 ㈜셀트리온과 ㈜시비에스바이오 등이 경쟁하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제품은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승인을 받은 로슈사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 2001년 승인된 노바티스사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다. 이후 아스트라 제네카사의 폐암치료제 ‘이레사’(2003년), 화이자의 신장암 치료제 ‘수텐트’(2006년)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최근엔 이들 약을 그대로 복제한 바이오시밀러도 셀트리온사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곧 특허가 만료되는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현재 제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시비에스바이오는 간암 환자에게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변이 유전자를 발굴, 건강한 사람의 간암 발병 위험도를 평가하고 치료법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상업화하고 있다.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곳도 나왔다. 미국의 ‘23앤드미’, 네이비제닉스, 디코드, 국내 ㈜테라젠, 가천암·당뇨연구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테라젠은 전문 인력을 갖추고 유전자 검사실까지 운영하기가 힘든 병의원들을 대신해 의뢰 환자들의 유전체 분석 및 약 70종의 질환에 대한 발병 위험 평가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이달 초부터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서울코스메디클리닉 등 10여 곳이 1인당 100만 원대 가격으로 이 상품을 취급 중이다.

‘23앤드미’, 네이비제닉스, 디코드 등의 미국 회사들이 내놓은 상품 내용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의 카운실(Counsyl)이라는 회사는 349달러를 내면 장차 2세에게 대물림될지 모르는 100여 개 이상의 유전 질환에 노출될 위험도를 예측해 준다고 해 눈길을 끈다.

◇맞춤 의료 보편화를 위한 숙제=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맞춤의료가 보편화되기 위해선 앞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아직도 유전자와 질병 발생의 연관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모든 암이 유전자 염기서열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삼성의료원도 우선 혈액암 등 10여 종의 암을 대상으로 집중 연구할 예정.

맞춤 의료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유전체 분석 결과를 오해해 자칫 삶을 포기하는 등 섣부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검사결과를 올바로 분석하고 자세히 조언해 줄 수 있는 유전체 진단 및 치료 상담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높은 가격과 검사 시간도 걸림돌이다. 이미 미국서 상용화된 유방암은 개인 유전체 분석 진단 검사비만 600만원(5000달러)에 이를 정도.

현재 최소 4주가 걸리는 검사 시간도 더욱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 이종철 삼성의료원장은 이에 대해 “빠르면 2013년 쯤 수 시간 이내, 늦어도 2주 이내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