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법제도 개선안 의미… 전문성 높여 ‘재판 신뢰’ 초점

입력 2010-03-26 21:10


대법원이 26일 내놓은 사법제도 개선안은 신규 임용되는 모든 법관을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로 뽑는 ‘법조일원화’ 방안의 시행에 무게를 뒀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시대를 맞아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해 재판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전문성·경력 강화=대법원의 계획대로 2023년부터 법조일원화가 전면 시행되면 법정에서 더 이상 20대 판사가 법봉을 잡는 일은 볼 수 없게 된다. 10년 내에 법조일원화 전면 실시를 주장했던 한나라당 안보다 3년이 늦은 셈이지만 세부 내용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로스쿨(3년 과정) 수료자는 10년 동안 변호사·검사 등으로 경력을 쌓은 뒤 법관에 임용되기 때문에 빨라야 30대 중반에야 법관으로 임용된다. 법관 지원자들은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정년까지 지법과 고법을 오가지 않고 동일 심급 법원에서만 근무하게 된다. 전공과 관심분야를 반영해 임지를 선택한 법관은 정년까지 같은 법원에서 근무하며 전문성있는 재판을 펼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고법부장 승진제도를 폐지한 것은 승진하지 못한 법관들이 옷을 벗는 현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우수한 법조인들이 법관을 지망하도록 하려면 상대적으로 변호사보다 낮은 법관 보수 수준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가정법원 강화=고법 소재지(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 가정법원을 설치하고, 경험 많은 전문 법관을 배치하는 것은 단순한 법적 분쟁 해결을 넘어 치료사법을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법관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심리학 등 가사 사건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가사·소년조사관을 대폭 늘리고,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향후 전국지법(지원) 단위까지 가정법원 설치가 확대되면 가사 사건 당사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가정법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후견적 역할 강화를 위해 가사전문법관제도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의 경우 중복 관할을 인정했다. 주소지 소재 법원에서 사건을 담당하도록 돼있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소송 당사자가 어디에 살든지 전문성을 갖춘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은 사건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 법원들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법원의 계획대로 사법제도 개선안이 추진되려면 국회에서 여야 논의를 거쳐 관련법을 수정해야 하지만,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험난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