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징용노무자 공탁자료 강제노역 현장·시간 기록… 1인 300여만원 보상 가능
입력 2010-03-26 19:10
일제 강점기 일본 기업으로 강제 동원된 한인 노무자의 공탁금 자료는 몇 명이 어느 기업 작업장에서 얼마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이들에게 지급했어야 할 임금과 후생연금, 저축금 내역이 개인별로 적혀 있다.
따라서 26일 일본 정부에서 처음 인수한 민간인 공탁금 기록은 그간 입증자료 부족으로 피해자가 받지 못한 임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뿐 아니라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의 강제동원 실상을 명확히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피해자 지원 길 열려=지금까지는 군인·군속으로 동원된 피해자 일부만 지원 받았다. 군인·군속 공탁금 명부가 2007년 일본 정부에서 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피해사실 미처리건 10만여건을 포함해 노무동원 피해자도 개인별 미지급 금액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탁 자료가 일본 정부와 기업이 결탁해 한국인을 강제 동원한 사실을 확증해주는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만 공탁 기록을 토대로 일본 정부나 기업에 직접 미지급 임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개인 청구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에서 받은 3억 달러에 피해자 공탁금이 포함됐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그래서 정부는 2007년 일본 정부와 기업 대신 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1엔당 2000원 논란될 듯=‘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정부 지원금은 미지급 임금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된다. 군인·군속에게도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 이번 노무동원자 17만5000명의 공탁금 전체 액수 2억7800만엔을 이 방식대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1588엔(317만여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 단체는 환산액이 현재 가치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원금이 일본에서 찾아온 돈이 아니므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고 항의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