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 노무자 보상 길 열렸다… 피해 실태·미불 임금 내역 등 확인 가능

입력 2010-03-26 18:34

일제강점기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던 한인 노무자들이 당시 받지 못한 임금을 되돌려 받을 길이 열렸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26일 일제하 한국인 노무동원자 공탁서 사본 17만5000명 분을 일본 정부로부터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공탁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증빙 자료다. 강제로 동원됐던 민간인의 공탁금 기록을 일본에서 넘겨받기는 광복 이후 처음이다.

일본 정부가 제공한 자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징용된 우리나라 민간인들이 받지 못한 급여를 일본 기업이 지역별로 공탁한 기록이다. 당시 일본 기업이 한인 노무자에게 줬어야 할 급여와 수당, 부조금 가운데 지급하지 않은 내역이 적혀 있다. 전체 공탁금액은 2억7800만엔이다. 2008년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약 45억엔(약 556억원) 정도지만 우리 정부는 공탁 당시 금액에서 1엔을 2000원으로 환산한 금액을 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위원회는 그동안 근거 자료 부족으로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던 노무동원자들의 피해 실태와 미불임금 내역을 공탁금 자료에서 확인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피해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10만여건과 미수금이 지급되지 않은 4000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없어 보상받기를 포기했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피해 신고를 접수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피해 신고를 다시 접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원회는 특별 부서를 구성해 업무를 신속히 처리키로 했다. 공탁금 자료를 검증, 분석, 보완해 전산화하려면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관계자는 “노무동원 피해자에 대한 손해 판정과 지원사업이 상당히 진전될 것으로 본다”며 “일본 정부에서 공탁금 관련 자료를 추가로 넘겨받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1930년대부터 45년까지 일제에 강제로 동원된 노무자는 60만∼80만명으로 파악된다. 위원회는 앞서 한·일 유골 문제 협의 과정에서 공탁이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추가 자료를 요청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예고했다. 이번에 넘겨받은 공탁금 자료를 분석해 미지급 임금을 공탁하지 않은 기업과 작업장의 명단을 확보하면 추후 일본 정부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은 한인 노무자 공탁금 기록을 이날로 모두 제공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