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아명 딴 다리 ‘응칠교’… 남북, 한·중·일 잇는 평화의 상징물 기대
입력 2010-03-26 18:30
파주출판도시내에 재단장해 공개
“다리는 떨어진 두 지점을 이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응칠교(應七橋)가 갈등에 휩싸인 우리 내부와 분단된 남북한은 물론 한·중·일 3국을 이어주고, 평화로 이끄는 상징물로 자리잡길 기대합니다.”
이기웅(70)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26일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에서 ‘응칠교를 아시나요’란 답교(踏橋·다리밟기) 행사를 주도한 뒤 이날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출판도시를 가로지르는 갈대샛강에 놓여 있는 응칠교는 안 의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안 의사의 어릴 때 이름(응칠)을 붙인 다리로 1998년 착공, 2003년 준공됐다.
순국 100주년에 맞춰 재단장해 일반에 공개한 이날 행사에는 이 이사장, 행사를 공동 주최한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김언호 회장, 류화선 파주시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응칠교는 안 의사의 얼굴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아니하면 입 안에 가시가 돋으리라(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는 안 의사의 유묵(遺墨) 글씨가 새겨진 스테인리스 머리판이 다리 양쪽에 설치되는 등 안 의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 이사장은 “안 의사는 겸손하고, 균형 있고, 절제되고, 조화로운 마음을 가졌으며 평화를 사랑하신 분이었다”며 “안 의사의 정신은 책을 만드는 출판도시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출판도시를 기획, 추진하면서 안 의사를 도시 건설의 정신적 감리인(監理人)으로 모셨다”면서 “응칠교는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오래도록 기리는 기념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판도시를 조성할 당시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고민이 많았었다”는 그는 “안 의사의 옥중 기록을 보면서 많은 깨달음과 용기를 얻었다”며 “안 의사의 정신은 출판도시를 절제와 균형, 조화, 사랑이란 네 가지 키워드로 이끌어온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안 의사에 대한 이 이사장의 사랑은 남다르다. 10년 전 출판도시에 처음 지은 인포룸에서 순국 90주기 추모 행사를 개최하고 2005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 안 의사 흉상을 설치하는 일에 앞장섰다. 안 의사 의거 100주년인 지난해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열화당)에서 안 의사의 공판기록 등을 묶은 ‘안중근전쟁, 끝나지 않았다’ 개정판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국민들이 언제라도 응칠교를 찾아 안 의사의 정신을 되새기고, 파주출판도시의 정신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