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의 전쟁’ 주인공 권희로씨 별세

입력 2010-03-26 21:18

영화 ‘김의 전쟁’의 실제 주인공 권희로씨가 26일 오전 6시50분쯤 숙환인 전립선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재일교포 2세로 어려서부터 차별의 벽에 부닥쳐 일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던 권씨는 1968년 2월 20일 시즈오카(靜岡)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 요원들이 빌려 쓴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며 “조센진, 더러운 돼지새끼”라고 욕설을 퍼붓자 엽총으로 야쿠자 두목과 그 부하를 살해했다. 그는 이어 근처 여관에서 여관 주인과 투숙객 13명을 인질로 잡고 88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붙잡혔고, 75년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사건은 일본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고, TV와 신문을 통해 생생히 전달되면서 재일교포의 인권과 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권씨는 한국에서 일어난 귀국운동에 힘입어 99년 9월 7일 ‘일본에 재입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가석방돼 영주 귀국했다. 권씨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은 영화 ‘김의 전쟁’이 김영빈 감독에 의해 92년 국내 개봉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권씨는 4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가 김모씨와 재혼해 한때 의붓아버지의 성을 따랐었다.

권씨는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죽기 전 (일본에 있는) 어머니 묘를 찾아가고 싶고 법무성에 방일 탄원서를 낼 예정”이라며 “일본 방문이 허용된다면 신세 진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밝히는 등 일본 방문을 적극 희망했었다.

발인은 28일 오전 8시30분 열리며 고인의 시신은 부산영락공원에서 화장될 예정이다. 유골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는 동래 봉생병원 장례식장 2호에 마련됐다(051-531-7100).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