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 “北 주민들, 아무말 못하던 과거와 달라”… 김정일에 대한 신뢰 약해져

입력 2010-03-26 18:16

“북한 주민들은 화폐개혁으로 인한 경제 위기 이후 직면한 굶주림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25일(현지시간) 경제난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최근 정서를 집중 조명했다. 1990년대에는 북한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냥 굶어 죽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며 김정일 정권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고 LAT는 전했다. LAT는 이달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에서 온 여러 명의 북한 여성들과 인터뷰를 했다.

‘리미희’라는 함북 무산 출신의 56세 여성은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면서 잔뜩 목소리를 낮춰 “내 아들은 ‘뭔가 일어날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고 속삭이듯 말했다. 평남 평성 출신의 ‘수정’이라는 28세 여성은 “김정일 위원장이 훌륭한 지도자였다면 어린이들이 굶어죽고 거렁뱅이 차림의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시장에 음식이 동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여성은 “김 위원장의 좋은 의도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밑에 있는 사람들은 부패해 있다”고 언급, 김 위원장에 대한 존경심은 여전히 잃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최근에는 북한 특권계층까지도 식량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관리들이 정기적으로 방북하는 한 국제구호단체 관계자에게 “다음에 올 때는 식량을 좀 가져오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LAT는 이 관계자의 말을 인용, “예전에는 스카치위스키 선물을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그들이 ‘왜 쌀을 좀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하더라”고 보도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