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보호 협약 유야무야… 북극곰·참치 등 거래 금지 일본·중국 반대 모두 부결

입력 2010-03-26 18:03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를 위해 지난 13∼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 회의는 일본의 거센 입김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북극곰, 참치, 산호 등 주요 해양생물에 대한 상업적 거래를 금지하는 7가지 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전반적으로 보호주의가 상업주의에 밀리면서 이번 회의의 최대 승자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공격적인 로비로 대서양산 참다랑어 국제거래 규제안을 부결시켰고, 중국 등 몇몇 아시아 국가와 연대해 붉은 산호와 상어 거래 규제도 무산시켰다고 AF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윌렘 윈스터커스 CITES 사무총장은 “거대 이익이 개입하면 사이언스(Science)의 S가 달러를 의미하는 $로 변한다”고 상황을 빗댔다.

CITES의 역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국제해양보전단체 오세아나(Oceana)의 데이비드 앨리슨은 “돈이면 뭐든 살 수 있는 것 같다. 일본에 부탁만 하면 된다”며 “CITES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퓨 환경그룹의 정책담당자 수 리버먼은 “CITES는 보호주의를 위해 거래를 제한하는 조약이었는데 이제는 거래를 위해 보호주의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회의의 결정들이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 리버먼은 “일본과 중국이 회원국들로 하여금 보호주의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몰아붙였다”며 “우리는 무릎을 꿇었고, 이 종들을 멸종 위기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회의에선 코끼리 상아 거래 금지 완화안이 부결되고, 코뿔소 밀렵 금지 강화안이 채택되는 등 의 성공적인 사례도 있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