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알라위 새 총리 유력
입력 2010-03-26 18:02
이라크 총선 결과 정권교체가 가시화되면서 새로운 총리로 유력한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주목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개표 결과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과 알라위 전 총리의 ‘이라키야’가 제1당 자리를 놓고 1∼2석 차이의 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세력 모두 과반수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알라위 전 총리는 각각 3, 4위를 차지한 이라크국민연맹(INA)과 쿠르드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어, 이들과 연정을 꾸려 집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라위 전 총리는 1945년생으로, 과거 이라크의 대표적인 친미파 정치인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재야에서 절치부심하면서 미군 통치에 불만을 품은 소수세력을 대변하는 인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이라크의 이슬람 소수파인 수니파 출신의 알라위는 젊은 시절 같은 수니파 출신의 사담 후세인과 바트당에서 정치 활동을 함께 했다. 나중에 후세인과 갈등을 겪으면서 영국으로 망명, 30년 동안 이라크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그가 비밀조직으로 창설한 INA는 미국에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알라위는 2004년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조국으로 돌아와 과도정부의 총리를 맡았다.
이번 총선에서 알라위는 말리키 정권에서 소외된 수니파와 쿠르드족, 바트당 세력을 규합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언 크록커 전 주이라크 미국대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국민들이 알라위를 그리워하게 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며 “말리키 정권의 극심한 종파주의 때문에 여러 종파와 부족의 지지를 골고루 받은 알라위가 반대급부를 얻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정권교체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말리키 총리는 개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며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선관위가 이를 일축하자, 그는 “총리의 긴급명령권을 동원해서라도 재검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검표를 해도 정권교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알라위의 이라키야가 INA, 쿠르드당과 연정을 꾸리는 과정에서도 지분을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INA에 속한 반미세력 사드르 정파의 지분이 커지면서 미군의 철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알라위의 능력도 의문이다. 과도정부 시절에도 썩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크록커 전 대사는 “알라위와 말리키는 한 동전의 다른 면”이라며 “말리키가 전횡을 일삼아 비판을 받았지만, 알라위가 주창하는 이라크 민족주의 역시 권위주의 통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