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입양가정모임, 알콩달콩 정담 나누다… “가슴으로 낳은 복덩이 덕에 행복”
입력 2010-03-26 17:03
충남 예산군 예산읍 새사람교회 최정일(50) 목사 부부는 지난 2006년 첫 아이(예원)를 입양했다. 유선(45) 사모는 망설였지만 결혼 전부터 입양할 뜻을 내비쳤던 최 목사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의 간청에 용기를 냈다. 예원이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았다. 하지만 유 사모는 왠지 그 아이에게 마음이 가질 않았다. 갓난아이를 키울 일만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유 사모는 어느날 예원이를 붙잡은 채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하나님께 눈물로 고백했다. “가족들이 뜻을 모아 입양을 했는데 사랑할 자신이 없어요.” 하나님께서는 유 사모의 마음속에 이런 말씀을 깨닫게 하셨다. ‘너도 고아였다. 내가 입양하지 않았다면 유린당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때부터 예원이는 유 사모의 마음속 자녀로 자리잡았다. 최 목사 부부는 2007년, 2009년 두 아들을 더 입양했다. 유 사모는 “지난 여름 아이 3명을 매일 목욕시키다보니 어깨도 안 좋아지고 솔직히 버거웠다”며 “그래도 아이들만 생각하면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유 사모는 요즘 최 목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한 명 더 입양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 목사는 올 초 KBS의 정책제안 프로그램에 출연, 배심원들을 설득해 입양아 지원비 실질화를 정부 정책으로 정식 제안하는 등 입양아 정책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도 광명 늘푸른교회(이영우 목사)에서는 최 목사 부부처럼 입양아를 둔 40∼50대 목회자 부부들이 모임을 가졌다. 벌써 5년째 이어오고 있는 목회자입양가정모임이다. 전국적으로 교단을 초월해 활동하는 60여명의 목회자 중 이날 참석한 목회자는 20여명이다. 봄, 가을 1년에 두 차례 갖는 모임에서 이들은 양육의 고충과 보람을 함께 나눈다. 내용은 최 목사 부부와 비슷하다. 입양은 곧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경기도 안양 평촌평성교회 고성제 목사 부부는 혼혈아(영은)를 입양해 눈길을 끌었다. 고 목사는 설교에만 매달리는 게 늘 미안했고 그래서 사랑 실천의 하나로 입양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언론을 통해 국내 혼혈아 실태의 심각성을 접하고 나서 ‘한 명의 혼혈아라도 입양해 운명을 바꿔주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고 목사 부부의 딸이 된 영은이는 지금 초등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고 목사는 “엊그제는 어디서 들었는지 영은이가 자신이 입양된 걸 알고 엄마, 아빠를 꼭 안아주면서 눈물을 흘렸다”며 “영은이를 통해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이 어떤 건지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가정도 사연은 달랐지만 고백은 같았다. “우리 부부가 평생 가장 잘한 선택은 입양이다.”(하늘꿈교회 김동석 목사 부부) “아이를 통해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경험한다.”(안산장애인복지관 박상호 목사 부부)
입양을 확산시키는 것도 이 모임의 설립 목적 중 하나다. 이들은 오는 5월 11일 입양의 날을 전후해 각 지역 교회 연합회별로 입양주일 예배를 드린다. 공개입양보다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비밀입양 가정을 설득해 공개입양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비밀입양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추후에 아이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2008년 통계에 따르면 부모 이혼과 미혼모, 빈곤·실직 등의 원인으로 시설에 맡겨지는 18세 미만 아동은 9284명이었다. 이 중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은 2556명이다.
광명=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