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질소득 2년째 뒷걸음질치다니

입력 2010-03-26 17:27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한국은행의 ‘2009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1만7175달러로 전년보다 2121달러, 11.0%나 줄었다. 2007년 2만 달러를 돌파한 후 1인당 GNI는 2005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일차적인 원인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달러 기준 GNI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명목 GNI는 1069조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으나 같은 기간 원화가치는 15.8%나 추락했다.

이렇게만 보면 달러 기준 1인당 GNI에 연연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예컨대 2007년 1인당 GNI가 2만1695달러로 대망의 2만 달러를 넘어선 것도 전년보다 환율이 2.8% 떨어진 데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화가치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1인당 GNI는 2만 달러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리 낙관할 게 못 된다. 우선 실질소득이 지난 2년 동안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1999∼2007년 9년 동안 물가 오름세를 감안한 연평균 실질 GNI 증가율은 4∼5%대였으나 2008년과 2009년엔 각각 -0.6%, 1.5%로 크게 떨어졌다. 이는 2008년 이후 실질 GDP 성장률이 급락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뿐 아니라 실질 GDP를 끌어올리는 동력인 저축과 투자가 줄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총저축률은 30%로 전년보다 0.5% 포인트 줄었고, 총투자율도 5.2% 포인트 줄어든 25.8%로 11년 전 수준으로 급감했다. 총저축률과 총투자율 감소는 미래 성장잠재력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걱정거리다. 경기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언제 둔화될지 알 수 없다. 가계부채 급증은 내수 위축을 부추기며 총투자율 감소는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초점을 가계부채 관리와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한다. 올 5%대 성장 운운하며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