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강산관광 협박으로 될 일인가

입력 2010-03-26 17:27

북한은 25일 금강산 관광지구에 부동산을 소유한 현대아산 등 민간 투자 관계자 19명을 불러들여 4월 1일까지 관광 재개를 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했다. 지난 18일에 이어 두 번째 듣는 협박이다. 북한은 고작 15분간의 설명회에서 31일까지 부동산을 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이 관광지구의 부동산 내용을 모를 리 없다.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방편일 터다. 북한이 이날 관광사업과 관련 없는 이산가족면회소부터 조사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산가족면회소는 550억원을 들여서 세운 정부 재산이다.

북한은 얼마 전부터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사업 계약을 파기하고 부동산을 동결할 수 있으며, 4월부터 새로운 사업자가 관광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금강산 관광은 현대아산이 2002년부터 2052년까지 독점권을 갖기로 북한과 계약한 사업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부동산을 동결한다면 어느 누가 북한 땅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외화에 목마른 북한이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짓을 할 리 없다. 이날 나온 북한 관계자들의 자세가 고압적이 아니라 사정조였다는 데서도 단순한 위협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이 간절히 바라는 관광 재개 문제는 원칙과 순리로 풀면 될 일이다. 박왕자씨 총격 살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사과, 재발 방지 및 관광객 안전 보장 등 우리 정부가 제시한 원칙을 외면한 채 아무리 억지를 부려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투자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안 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광 재개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려는 북한 입장에 동조해 정부를 재촉할 일은 아니다. 우리 정부도 북한과의 실무회담 창구를 열어 놓고 있다.

이번에 금강산에서 돌아온 사람들 말로는 총격을 가한 군인에 대한 조사 문제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북한 관계자들이 말했다 한다. 사실이라면 금강산 관광 재개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