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세계서 넓게 보고 큰 꿈 키워요”… 해외체험프로그램 도전
입력 2010-03-26 17:39
“꿈이 생겼어요. 그 꿈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유지혜·18·서울 용화여고 3)
“소극적이었는데 적극적인 성격이 됐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노지희·22·서울 이화여대 경제학 3)
“막연했던 장래 계획이 확실해졌습니다.”(조재호·25·서울 건국대 경영학과 4)
대학입시, 취업…. 뛰어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닌 이들이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이들에게 강한 힘을 안겨 준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지난해 여름방학 때 얻은 소중한 경험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여름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지난해 유양은 핀란드, 노양은 싱가포르, 조군은 영국에 다녀왔다. “어학연수를 다녀왔냐”는 물음에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들이 그곳에 머문 기간은 10일 남짓. 그 짧은 해외 체험이 이들을 변하게 했다는 얘기다.
노양은 “보건복지부가 펼치는 청소년해외체험프로그램 중 해외조사연수단 단원으로 참여했다”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어학연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만 15∼24세 청소년이면 참가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올해부터는 가족업무를 이관받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하고 있다. 4명 내외로 팀을 구성해 조사 주제와 활동계획을 작성해 응모하면 1,2차 심사를 거쳐 해마다 75여개 팀을 선정한다. 항공료를 지원해주므로 체재비만 부담하면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도 4월 16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해외조사연수단과 함께 국제회의·행사 참가단, 해외테마체험단, 해외자원봉사단도 모집하고 있다(자세한 내용 표 참조).
지난해 6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영국에서 ‘공정무역’에 대해 조사한 조군은 “팀(에시컬 프론티어즈)을 만들고 활동계획을 짜는 데만 2개월 넘게 걸렸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평소 공정무역에 관심이 있어 주제는 쉽게 정했지만 영국에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찾아서 약속을 잡는 게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고 말했다. 조군은 영국에서 공정무역현황을 조사하면서 앞으로 공정무역에 종사하겠다는 계획을 굳혔단다.
같은 해 7월 6∼16일 싱가포르에서 ‘우수한 야외수련활동 프로그램’을 조사한 노양도 마찬가지. “그동안 정해진 것을 따라 하는 데 익숙했는데 스스로 하자니 어려웠습니다. 계획서를 내기 위해선 될 때까지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끈기가 생겼지요.” 팀(어드벤처) 리더 역할을 했던 노양은 “리더십이 생겼고,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고교 동기생 3명과 함께 팀(E5)을 꾸렸던 유양은 지난해 8월 18∼31일 핀란드에서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TEE)는 영어공교육’을 조사했다. 유양은 “번역가를 꿈꿨는데, 지난번 조사를 하면서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이윤진양은 “우물안 개구리였는데, 멀리 넓게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어른스레 말했다. 임효정(19)양은 “그곳에서 게이샤라는 초컬릿을 보고 우리나라 문화콘텐츠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소원(19)양은 “출국을 하루 앞두고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동행을 못했으나 몇 달 동안 친구들과 함께 국내에서 조사하고 현지와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박양은 “경쟁이 심해서 꼭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준비 과정 자체가 공부와 좋은 경험이 되므로 한번 도전해볼만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현지 관계자와 약속을 정하고, 만나서 조사를 해야 하니 기본적으로 영어 또는 현지어를 잘해야 한다. 하지만 언어능력이 최우선 조건은 아니다. 인터넷에 올려 팀원을 모집했다는 조군은 “4명 중 2명만 영어에 능통하면 되므로 어학이 자신 없다면 영어를 잘 하는 팀원을 뽑으라”고 조언했다.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는 청소년단체협의회 조중현 과장은 “서류심사에서 우선 통과돼야 하므로 기획력이 가장 중요하고, 2차 심사인 인터뷰에서도 언어능력과 함께 인성, 대처능력 등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