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실험으로, 도전으로… 1910년생 작가 7인의 문학과 삶 재조명

입력 2010-03-26 17:48


꼭 100년 전인 1910년은 한일병합에 따라 국권을 상실한 해다. 일제강점의 불운한 역사가 시작된 그 해는 이상(1910∼1937), 수필가 피천득(1910∼2007) 등 유명한 문인들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1910년생 문인이야말로 식민지의 심연과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존재인 동시에 그 심연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아야 했던 운명의 소유자였다.

다음달 1일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작가회의(이사장 구중서)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주최하는 ‘2010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의 주제는 그래서 ‘실험과 도전, 식민지의 심연’이다. 1910년생 문인들의 작품세계는 과연 무엇을 담고 있으며, 식민지 상황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대산문화재단 측은 “식민지 시대 한국 근대문학의 흐름 속에서 이들이 보여준 창조적 실험과 비판적 작가정신을 조명한다는 취지에서 주제를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문학제에서는 집중 조명되는 작가는 이상, 피천득을 비롯해 평론가 안막 안함광(1910∼1982), 시인 이찬(1910∼1974), 소설가 허준 이북명 등 7명의 작가다. 이 가운데 무용가 최승희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안막, 허준, 이북명은 사망연도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상과 피천득을 제외한 다른 문인들은 월북했거나 북한 출신으로 북한에서 활동해, 상대적으로 우리 문학사에서는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그런 만큼 남북으로 갈린 1910년생 작가들의 운명과 작품세계는 더욱 관심을 쓴다.

심포지엄 첫 날인 1일 오전에는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이상의 소설과 시에 대해 두 개의 섹션이 진행된다. 오후에는 수필 문학의 대가인 피천득 관련 발표가 진행되며, 다른 문인들에 대한 비교 및 작가별 분석 섹션이 마련돼 있다.

기조발제를 맡은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비판적 도전과 창조적 실험-문학과 식민지 근대의 초극 양상’이라는 제목 아래 7명의 작품과 활동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권 교수는 “한국의 근대문학은 식민지 근대의 실상을 계급적 모순구조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했던 계급문학과 예술의 미적 자율성에 대한 신념을 가진 모더니즘이 큰 축을 이뤘다”며 “두 운동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식민지 지배라는 상황적 모순 속에서 드러나는 근대성의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총론에 이은 개별 작가론에서는 이상에 대해 이경훈(연세대), 조영복(광운대) 교수가 발표하며, 이태동(서강대) 명예 교수가 피천득론을, 유성호(한양대) 교수가 이찬론을 발표한다. 김종욱(세종대) 교수는 허준과 이북명을 맡는다.

개별 작가론에서는 1910년생 문인들의 작품 등이 현대 문학에 끼친 영향과 문학사적 의의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심포지엄이 끝난 뒤에는 문학의 밤 행사도 준비돼있다. 서울시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피천득의 유가족이 함께하는 가운데 작품 낭송과 공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며, 사회는 소설가 하성란이 맡는다.

이 외에도 탄생 100주년 작가들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는 연중 이어질 예정이다. 6월4일에는 프레스센터에서 ‘피천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같은 달 12일에는 ‘1910년생 월북 문인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 심포지엄’이 명지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10월21∼22일에는 ‘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에서 진행된다.

이 행사에서는 이상 작품세계의 문학사적 의미와 타 예술장르와의 관계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정기, 한생곤 등 9명의 화가가 이상의 작품을 재해석한 그림을 전시하는 ‘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그림전’도 개최된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