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그 싫어한다는 군대이야기를 해달라고… 김종광 장편소설 출간
입력 2010-03-26 17:47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는 군대, 축구,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다.
김종광(39)의 소설 ‘군대이야기’의 주인공인 소판범씨 역시 나이 서른일곱 살 먹도록 스물서너 번의 소개팅을 했지만 군대 이야기를 해달라는 여자는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가 만난 여자들은 ‘군대’의 ‘군’자만 꺼내도 토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스물네댓 번째 소개팅에서 느닷없이 군대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르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야말로 ‘헐∼!’이다.
우리 소설의 이야기꾼 계보를 잇는다는 평을 듣는 소설가 김종광의 신간 ‘군대이야기’는 그래서 참 특이하다. 군바리 무용담이 ‘무한도전’보다 좋다는 소개팅녀의 등장부터 그렇다.
다짜고짜 소개팅남 아버지의 군대 이야기부터 해달라고 졸라대는 여자의 청에 따라, 판범씨는 1969년 우리나라 최초의 방위로 근무했던 아버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방위병 제도는 철책선과 해안선 지역의 남아도는 청년들을 향토방위에 쓰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 판범씨 아버지는 원래 고아였으므로 군 면제 대상이었지만, 방위 제도가 생기는 바람에 방위병이 된 불운의 사나이였다. 당시 아버지가 ‘똥방위’로 놀림받던 얘기부터 시작해 해병대였던 사촌형, 경찰서 정문 지키는 전경이었던 형의 군대 생활, 해안대대에서 군생활을 했던 자신의 군대담까지, 판범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군대 이야기를 소개팅녀에게 들려준다.
소설은 군대에 대한 풍자를 통해 “까라면 까”라는 말로 압축되는 군대 문화가 얼마나 깊이 우리 사고를 지배해왔으며, 얼마나 넓게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는지 일러준다.
“군대 이야기를 빙자해서 70년대 중반생, 환란세대의 정체성을 사유해보려고 한다.(중략)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딱 한마디로 뭔데,하고 물으신다면, 바로 그 ‘군대가 친밀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하겠다. 친밀은 투명하고 공정하고 즐거울 때 생겨나는 것 아닌가?”(‘작가의 말’ 중)
제대를 한 남자에게, 군대를 가야 하는 남자에게,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여자에게 과연 군대가 얼마나 친밀한 느낌을 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군대가 공정하고 밝은 곳이라면, 제대 이후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회 역시 지금보다 즐거울 수 있다는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