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나왔습니다] 파라다이스 外
입력 2010-03-26 17:47
노마드적 현대인의 초상 그려
◇을 =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박솔뫼의 장편소설이다. 이국의 한 호텔에 장기 투숙하면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을’은 열 살 연하의 남자친구 ‘민주’를 자기 곁으로 불러들인다. 호텔에는 역시 장기 투숙자인 ‘프래니’와 ‘주이’가 있다. 사촌 자매이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와 삶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를 떠나 이곳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호텔에서 일하는 ‘씨안’은 그들과 친구가 된다. 국적도, 성별도, 인종도, 직업도 중요하지 않은 다섯 남녀는 이 작은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원하는 소통만을 추구하며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21세기 신인류인 노마드적 인간의 초상이 잘 그려져있는 작품(자음과모음·1만원).
기상천외한 상상력… 17개 단편
◇파라다이스 = 개미들의 세계, 인간 두뇌의 비밀, 진화의 수수께끼 등 언제나 독특한 소재와 놀라운 상상력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아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이다. ‘있을 법한 미래’ 혹은 ‘있을 법한 과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17편의 단편으로 구성돼있다. ‘미래’ 이야기들은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담배 한 대만 피워도 사형을 면치 못하는 무자비한 환경 독재사회,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이 되어버린 세상,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금지된 세상 등이 책 속에 펼쳐진다. ‘과거’ 이야기들에선 지방신문의 수습기자 시절 살인 사건을 취재하면 겪은 황당한 해프닝과 최면을 통한 전생 퇴행으로 기억해낸 1만2000년 전 자신의 사랑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각각 독립돼있는 이야기지만, 맞물려 돌아가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인간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마치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열린책들·1,2권 각 9800원).
대상 김중혁의 ‘1F/B1’ 등 수록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출판사 문학동네가 2010년 신설한 젊은작가상의 수상작을 모은 작품집이 나왔다. 등단 10년 이내의 작가 작품을 대상으로 전년도 1월부터 12월까지 한 해동안 문예지를 비롯한 각종 지면에 발표된 신작 중단편 소설을 심사대상으로 하는 상이다. 올해 대상은 김중혁의 ‘1F/B1’이 받았다. 현대 도시 문명을 분해하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 소설가 신경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가 지나쳐버린 ‘사이’의 어마어마한 낯선 공간을 정교하게 침착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 외에도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이장욱의 ‘변희봉’,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 김미월의 ‘중국어 수업’, 정소현의 ‘돌아오다’, 김성중의 ‘개그맨’ 등 6편이 실려있다(문학동네·특별보급가 5500원).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