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본질 묻는 영화 ‘비밀애’… 형제를 사랑한 여자, 사랑은 과연 운명일까

입력 2010-03-26 17:55


사랑은 운명인 걸까? 우리는 언제, 왜,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 걸까?

영화 ‘비밀애’는 운명적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결혼식을 올린 지 두 달 만에 진우(유지태)는 식물인간이 된다. 연이(윤진서)는 병상에 누워 간신히 숨만 쉬는 남편 진우를 깨워보려고 갖은 애를 다 쓰지만 별 소용이 없다. 연이는 결혼식 비디오를 보며 눈물짓고, 병상에서 “나 좀 그만 힘들게 하라”며 운다.

그렇게 지칠대로 지친 연이 앞에 진호(유지태)가 나타난다. 진호는 외모는 물론이고, 목소리까지 진우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사고를 당해 치료를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온 진호는 연이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 처음엔 진호를 거부하던 연이도 산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남편 진우가 아닌 진호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혼란을 겪게 된다. 연이는 산에서 진우의 등에 업혀 구조되며 진우를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기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호에 따르면 자신은 두 사람의 역할놀이에 속았을 뿐, 처음 만난 사람도 진호라는 것이다. 연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진호를 사랑하게 된다. 이후 기적적으로 진우가 살아나고 진우는 동생과 아내의 사이를 눈치채게 된다.

류훈 감독은 “‘사랑은 운명이야’라고 외치는 다른 멜로 영화와 달리 ‘비밀애’는 ‘사랑은 과연 운명인가’ 되묻는 영화”라고 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사랑에 빠져버리는 다른 로맨스 영화와 달리, “왜 그 사람인가”라는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영화는 신선하다.

‘올드보이’ 이후 7년 만에 호흡을 맞춘 유지태와 윤진서도 호연을 보인다. 1인2역을 한 유지태는 내성적인 진우와 외향적인 진호의 캐릭터를 구분 짓기 위해 제스처 하나까지도 신경을 썼다. 윤진서 역시 식물인간 남편을 보며 괴로워하고, 새로 다가온 사랑에 혼란스러워하는 연이의 내면을 잘 표현했다. 세간의 화제가 되는 정사장면도 영화의 내용 안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며 특별히 ‘야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대답하기 힘든 영원한 사랑의 미스터리이듯 영화는 답을 주지 못하고 길을 잃는다. 자신이 연이의 운명적 사랑임을 확인하기 위해 형제는 연이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지만, 이는 이미 본질에서 벗어난 왜곡된 사랑의 방식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운명을 확인하려 했으나 결국 운명이라는 거대한 물음표 앞에 사랑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해 조심스레 성찰하려는 시도는 높이 살만 하지만, 영화가 남긴 건 “그래서 사랑은 알 수 없다”는 답이라는 점이 아쉽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