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법개혁 개선안 내용·전망… 법관 연임 심사강화 민사 전자소송 도입

입력 2010-03-25 21:30


대법원이 25일 발표한 사법제도 개선안에는 정치권에 끌려가던 사법개혁 논의의 물꼬를 사법부 쪽으로 돌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상고심사부 설치 등 일부 안은 한나라당 개선안과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해 실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판결문 공개 및 전자소송 효과=그동안 법원은 “원칙적으로 모든 판결문 공개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면서도 비실명화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감안해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이 국회도서관이나 대한변호사협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판결문 제공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소송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사례를 찾아 승소 가능성을 따질 수 있어 ‘묻지마 소송’이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다음달 26일 특허 절차 전자소송 제도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모든 법원에서 민사 전자소송제가 도입되면 법원 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주민도 쉽게 사법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법무사나 변호사 도움 없이 엄두내기 어려웠던 소송 절차를 인터넷에서 ‘빈 칸 채우기’ 식으로 진행하면 소송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한나라당 개선안에 대한 대응책=1인당 연간 2700여건을 처리할 정도로 과중한 대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상고심사부 설치는 사법 서비스 강화인 동시에 연일 사법부를 압박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사실상의 반격이다. 부적절한 상고를 걸러내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고, 대법관 3분의 1을 비(非)법관 출신으로 임명하자’는 한나라당 주장에 맞서자는 것이다. 사법부의 고유 권한인 최고법원 구성권과 법관 인사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대법원은 5개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가 설치되면 상고심 사건 수를 줄이면서 지역주민은 상고심 가능성을 보다 쉽게 판단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관 연임심사 강화 및 윤리장전 신설 방안도 법관인사위원회 독립화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안을 반박하기 위한 밑그림 성격이 강하다. 법관에게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과 자질, 품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요체지만 법관 인사에 외부 입김이 들어올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또 다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최근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법관의 단체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 의견을 법관 윤리장전에 포함시키겠다는 것도 사법부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사법제도 개선안 내용 자체가 시각에 따라 기득권을 지키려는 차원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개혁의 근본적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여전히 나온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