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개혁 반대” 과격해진 美 티 파티
입력 2010-03-25 18:55
미국 건강보험 개혁법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이 점입가경이다. 법안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과 가족에 대한 사무실 유리창 파손, 주택 가스호스 절단은 물론 살해 위협에 이르기까지 표현 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소 10여명의 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건보 개혁법안 찬성표결과 관련해 재산 손상과 신변 위협을 받아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고 미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정치전문 폴리티코에 따르면 루이스 슬로터(뉴욕) 의원과 바트 스투팩(미시간) 의원이 살해 협박을 받았다. 슬로터 의원은 특히 “저격수를 보내 건보개혁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의 자녀를 죽이겠다”는 협박전화가 계속돼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스티브 드리하우스(오하이오) 의원의 경우 ‘개혁을 다시 생각하는 위원회’라는 이름의 단체가 지난주 건보개혁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압박하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내면서 자신과 두 딸이 함께 찍은 사진을 실은 걸 보고 경악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뉴욕주 로체스터의 한 민주당 사무실에는 괴한이 던진 벽돌 때문에 유리창이 깨졌다.
보수성향 유권자단체 ‘티파티(Tea Party)’도 과격한 활동 양상이다. 버지니아 린치버그의 티파티 운동가인 마이크 트락설은 자신의 블로그에 건보개혁에 찬성표를 던진 토머스 페리엘로 의원의 가족 주소를 올려놓았다. 하지만 형의 주소를 잘못 적는 바람에 페리엘로 의원의 형 집으로 협박 편지가 배달되고, 가스 연결호스가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FBI는 수사와 함께 최근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이 같은 사태에 대처하는 법을 브리핑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민주당 하원 총무 스테니 호이어 의원은 “이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공화당이 과격 행위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드리하우스 의원은 이와 관련, 공화당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주 민주당 낙태 반대파 의원들이 건보개혁법안에 찬성할 경우 정치적으로 곤욕을 치를 것이라는 경고를 겨냥한 것이다. 특히 베이너 의원이 자신에게 “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격했다.
설상가상으로 공화당원의 4분의 1가량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그리스도의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발표돼 공화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공화당은 서둘러 파장 차단에 나섰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존 보헤너 의원은 24일 성명을 내고 “어떤 경우도 폭력과 협박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