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로… 소품으로… ‘車의 변신’

입력 2010-03-25 18:55


공연장에 진짜 차가 올라왔다. 무대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새로운 볼거리를 원하는 수요에 맞춘 움직임이다.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퍼포먼스 ‘비트’는 ‘난타’ ‘점프’를 만든 최철기 연출의 신작이다. 자동차 폐차장을 배경으로 록 스타와 폐차장 인부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제작진은 자동차를 악기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전국의 폐차장을 다니며 물색작업을 벌였다. 원하는 소리를 뽑아내기 위해 부품을 깎고 다듬는 작업을 거쳤다. 자동차 부품으로 악기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20일. 악기를 만들려고 폐차 직전의 차 129대를 부쉈다. 악기로 만들어진 자동차 부품을 다 합치면 수십 대 이상의 차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악기가 등장한다. 배기관은 실로폰, 코일스프링은 징, 파워펌프는 트라이앵글 등을 만들었다. 여러 자동차의 클랙슨을 조합해서 ‘젓가락행진곡’도 연주한다. 클랙슨 소리 음원은 자동차 회사에서 비밀이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소리의 조합을 찾을 수 있었다. ‘비트’는 26일부터 4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02-501-7888).

63빌딩 내에 있는 대한생명 63아트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코믹뮤직쇼 ‘판타스틱’은 자동차를 타악기로 활용하는 ‘카포먼스’를 추가해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수차례 실패를 거듭했고 악기 제작에만 3000만원 이상 들었다. 결국 단종된 1929년형 포드 모델A를 해체해 악기로 만들었다. 엔진은 북이 되고, 두 개의 문과 핸들, 와이퍼는 세트드럼으로 변신한다. 자동차 뒷면에 있는 8개의 배기구에는 LED조명을 설치해 빛과 리듬이 어우러지게 했다. 해머, 스패너 등 자동차 수리 공구는 스틱 대용으로 사용된다.

지난해 8월부터 공연하면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 공연이고 카포먼스를 도입한 이번 버전의 완성도는 이전보다 높다. 극의 전반부는 영화 ‘쌍화점’의 작곡을 맡은 작곡가 김백찬이 맡아 새롭게 꾸몄다(02-789-5663).

4년 만에 다시 올려진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는 실제 캐딜락 자동차가 등장한다. 캐딜락은 극중 인물인 엔지니어의 아메리칸 드림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치라 큰 의미가 있다. 헬기 장면과 함께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면 중에 하나다. 국내 초연 때는 실제 자동차가 등장하진 않았다. 이번에 등장하는 캐딜락은 1959년형 캐딜락 엘도라도 비아리츠로 베트남전쟁 당시 실제 운행되던 차종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