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홀씨 대출, 은행 고수익 사업 변질
입력 2010-03-25 21:25
저소득·저신용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만든 희망홀씨 대출이 은행의 고수익 사업으로 변질되는 분위기다.
희망홀씨 대출은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이 연소득 2000만원, 신용등급 7등급 이하로 은행권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만든 사회공익형 상품이다.
은행들은 희망홀씨 대출 이용자들의 신용이 낮고 대출상환 능력도 떨어져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자율을 높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연체율이 우수 고객과 큰 차이 없이 낮은데도 이자율은 내리지 않고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이 많다.
◇희망홀씨 수익 짭짤=25일 금감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희망홀씨 신규대출 규모는 지난 4일 현재 1조5753억원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평균 대출금리는 연 13%로 일반 신용대출보다 배 가까이 높았지만 25만8675명이 평균 608만원을 대출받았다. 연체율은 평균 1%대 초반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연체율이 1% 후반대로 높았을 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각각 0.5%와 0.6%로 신용등급이 우수한 고객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연체율이 5%를 넘어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희망홀씨 대출이 의외로 고수익을 안겨다주자 은행들의 태도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금융감독당국의 강권에 못이겨 상품을 출시한 뒤 적당히 시늉만 내던 은행들이 상환방식을 다양화하고 대출조건을 완화하는 등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부실 줄어든 만큼 이자 낮춘 은행은 거의 없어=그러나 대출금리를 낮춰 이자부담을 줄인 은행은 거의 없다. 신한은행이 대출자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최저 금리를 1.0% 포인트 낮춘 것이 유일하다. 최고 금리 자체는 종전과 동일했다.
농협중앙회는 희망홀씨 상품의 대출기준금리인 금융채 1년물의 변동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정했을 뿐 연 3.3%인 가산금리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이 두 곳은 다른 은행과 비교하면 양반인 셈이다.
다른 은행들은 시중금리가 상품 출시 당시보다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18%대의 고금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대이지만 현재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금리는 6.0∼18.0%로 상품 출시 당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 출시한 ‘하나희망더하기 대출’ 상품의 대출조건을 완화하는 대신 금리를 2∼3% 올린 ‘희망둘더하기 대출’을 지난 24일 출시했다. 대출조건이 완화된 만큼 부실 가능성이 더 커졌고, 연체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매년 1% 포인트씩 깎아준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은행은 대출 최소연령을 종전 25세에서 20세로, 최소 재직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우리은행은 “기존 1년제 최장 5년간 원리금 분할 상환방식을 추가해 금리가 0.88% 포인트 정도 인상됐다”고 말했다.
◇이지론 통해 대출상품 비교할 수 있어=은행 관계자는 “대출기간이 평균 3년인데 앞으로도 연체율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최소 2∼3년간 연체율이 지금과 같이 낮게 유지되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평균 40%대인 대부업체와 비교하면 희망홀씨 대출금리는 3분의 1 수준이어서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자부담을 줄이려면 한국이지론(www.egloan.co.kr)을 통해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고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지론은 국내 제도권 금융회사가 공동 설립한 대출정보 제공업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