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의사 유해 발굴 日 압박… 정부 “절대 포기 않겠다”
입력 2010-03-25 18:34
정부는 최근 외교채널을 통해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사업에 협조해줄 것을 일본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일본으로부터 안 의사 유해발굴과 관련한 정확한 자료를 받는 대로 중국 측에도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정부는 안 의사 순국이 100년 전 일이라 유해발굴이 쉽지는 않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 당국자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가진 오찬에서 안 의사 유해발굴에 대한 협조를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면서 “이번에 외교채널을 통해 공식 요청한 것은 그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국가보훈처 등 관련기관이 참여하는 합동유배발굴추진단의 대외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지원반을 설치·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불투명하다. 100년이 흐른 사건인 데다 안 의사가 순국한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뤼순 감옥과 그 주변 지대가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보훈처가 2008년 3월 안 의사가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감옥 북쪽의 야산인 위안바오산 일대를 발굴했지만 끝내 그의 유해를 찾지 못했다. 이 지역은 뤼순 감옥에 수감된 자들이 처형되면 묻히는 곳이다. 때문에 일부 연구가들은 일제가 안 의사가 영웅시되는 것을 우려해 이 야산이 아닌 다른 곳에 묻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는 한 유해발굴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관건은 안 의사 관련 자료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일본이 어느 정도 전향적으로 나오느냐다. 가해자격인 일본은 1993년 7월 ‘(안 의사를) 뤼순 감옥에서 사형집행 후 매장했다’는 내용 이외에는 관련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의 도움이 절대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도와줄지도 확실치 않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현지 발굴을 시도했고 50년대 북한도 유해발굴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례에 비춰볼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본이 정확한 정보만 준다면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안 의사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