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세계 ‘핵확산 차단’ 기대… 미-러 핵무기 감축 의미·전망

입력 2010-03-25 23:04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 합의는 국제사회의 핵 확산 흐름을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유럽에서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계획과의 관련성 여부가 불명확해 협상 내용에 대한 평가는 공식 발표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릐긴장 완화 효과 기대=미국은 당장 다음달 11일 워싱턴에서 열릴 핵 안보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에 핵무기 감축과 핵 개발 중단을 요구할 강력한 명분을 마련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의 직전인 8일 새로운 핵무기 감축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참여해온 러시아와 미국 양쪽 관료들은 이번 합의가 핵무기 보유를 추구해온 국가들에 새로운 신호를 보내고 무력 충돌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은 북한과 이란이다. 또 이슬람 무장 조직인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도 소형 핵무기 밀매를 시도해 왔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 이란을 규제하는 방안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회에 상정했으나 중국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했다. 북한과 이란은 실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을 침공한 전력을 내세워 자신들의 핵무장 시도를 정당화하고 있고, 중국도 이들의 자결권을 옹호해 왔다. 그러나 이번 미·러의 핵무기 감축 합의로 중국도 이들을 두둔할 명분이 약해진 셈이다.



미국에서는 이번 합의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4일 “2008년 러시아가 미국의 지원을 받던 그루지야를 침공한 이후 형성된 양국 간 긴장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도 이 과정에서 미국과 같은 열강이라는 점을 과시하면서 재래식 무기와 무역, 인권 문제 등 미국과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릐아직 갈 길 멀어=새 협정은 양국의 합의안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법적 장치를 포함될 것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1991년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Ⅰ)에 따른 무기 감축을 가속화하기 위해 만든 2002년의 ‘모스크바 조약’에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반적 협정 내용은 1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던 목표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 양국 핵탄두의 80%를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양측은 양국의 핵탄두 보유 한도를 2200기에서 1550기로 약 30% 감축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무기보다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MD에 대한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 러시아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미국이 MD에 대한 입장 전환이 없으면 비준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반대로 미국 공화당은 유럽 내 MD 계획에 차질이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미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리처드 루거 의원은 MD 관련 내용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도 “두 나라의 공격력과 방어력 관계를 재검토하는 방식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은 두 나라의 상원에서 인준을 받아야 한다. 미하일 마르겔로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비교적 신속하게 협정을 비준할 수 있겠지만 미국 상원에선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상원의 협정 비준에는 3분의 2인 67석이 필요해 공화당의 도움 없인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