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미래연대 ‘朴心’ 선택은
입력 2010-03-25 21:55
미래희망연대(전 친박연대)가 한나라당과의 합당 문제로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다. 한나라당과의 무조건 합당에 찬성하는 이들과 달리 이규택 대표는 국민중심연합과의 합당을 추진하는 등 당이 쪼개질 조짐까지 보인다.
이 대표는 25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와 합당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서청원 전 대표가 제안한 한나라당과의 무조건 합당안을 전면 부인하고 깜짝 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노철래 원내대표가 부랴부랴 최고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송영선 의원 등 당 소속 의원 6명과 김중기 최고위원 등은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갖고 “이 대표의 합당 선언은 당내에서 논의된 바 없고 공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사견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다음달 2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 지도부 교체와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당헌 당규에 따르면 대의원 130여명이 의결을 하는데 한나라당 합당 찬성파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미래연대 자체 후보를 낼 경우 한나라당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와도 사실상 갈라서야 하는 것이라는 서 전 대표의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이 대표는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당 대표도 모르게 진행된 한나라당과 미래연대의 합당 논의는 비민주적이고 구시대적 밀실 야합”이라며 “미래연대는 지방선거에 적극 참여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에 열린 국민중심연합 창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4월 중 합당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원외인 이 대표로서는 한나라당과 무조건 합당시 지방 선거를 준비해 온 후보자의 출마를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입지 또한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중심연합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현역 의원들과 서 전 대표 지지 세력은 한나라당으로 흡수되고 원외인 이 대표와 선거 출마를 강력히 희망하는 이들은 국민중심연합으로 편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국민중심연합 간판을 달고 출마하는 이들이 지난 총선 당시 친박연대나 자유선진당이 얻었던 만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현재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유정복 의원은 “이 대표는 물론 서 전 대표와도 전혀 접촉이 없었다”며 “박 전 대표는 미래연대와 한나라당의 합당은 한나라당이 판단해 결정할 문제이지 박 전 대표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