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겨낸 어린 피아니스트의 감동 스토리… ‘마음으로 연주하는 아이 예은이’
입력 2010-03-25 17:48
마음으로 연주하는 아이 예은이/황근기 글 김준영 그림/글고운
태어날 때부터 눈동자가 없어 앞을 볼 수 없는 아이 예은이. 하지만 예은이는 배우지 않았는데도 한 번 들은 음악은 기억해 피아노로 연주할 정도로 ‘절대음감’을 지닌 아이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해 기적을 보여준 꼬마 천재 피아니스트 유예은양의 이야기를 작가가 감동적으로 재구성했다.
예은이는 태어난 지 한 달이 채 안돼 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 ‘두리한마음’에 맡겨진다.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형편이 어려워 키울 수 없으니 잠시 맡았다가 다른 곳으로 입양시켜 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 버린 것. 예은이를 돌보던 두리한마음 원장 부부는 예은이가 눈동자가 없어 앞을 볼 수 없는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달이 지나도 부모가 데리러 오지 않자 원장 부부는 예은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고 직접 입양한다. 예은이에게 낡은 피아노는 유일한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은이가 피아노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는 게 우연한 기회에 밝혀진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린 예은이가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UCC 사이트에 올라가자 반응은 뜨거웠다. 다섯 살 때는 방송에도 출연했고 이를 계기로 여러 곳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다.
예은이의 앞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훌륭한 피아니스트를 꿈꾸지만 피아노 학원들은 앞을 볼 수 없는 예은이를 가르칠 자신이 없다며 외면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한동안 외롭게 지낸다. 그러나 예은이는 점점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피아노와 점자 공부도 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간다. 싱가포르 초청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예은이는 자신을 키워준 엄마 아빠에게 점자로 고마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쓴다. “비록 영원히 앞을 볼 수는 없지만, 항상 큰 꿈을 가슴속에 품고 열심히 살아갈래요.”
장애에 당당히 맞서면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키워가고 있는 예은이의 사연은 ‘장애는 불행이 아니라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