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하루 5분이면 맛보는 교회史의 한 페이지… ‘기독교 역사 100장면’
입력 2010-03-25 17:39
기독교 역사 100장면/ 리처드 코니시 지음 이혜림 옮김/ 도마의 길
2000년 기독교 역사를 한눈에 꿰뚫을 수 있는 책이 없을까? 자녀들과 함께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세계 기독교회사 관련 책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독교 역사 100장면’(도마의 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성경과 함께 읽는’이라는 부제가 붙은 ‘기독교 역사 100장면’의 저자는 미국 덴버신학교를 졸업한 뒤에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기독교 역사를 강의하고 있는 리처드 코니시. 그는 지난 기독교 역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100가지 장면을 선정, 사진 및 그림과 함께 설명을 붙여 책을 만들었다.
물론 선정 기준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역사학자 E H 카는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풀과 가위의 역사’란 용어를 사용했다. 역사는 기술자가 풀로 붙이고, 가위로 자른 왜곡된 것일 수 있다는 경고다. 이 책 속에 나온 100장면은 코니시의 ‘풀과 가위’로 붙이고 재단한 것이다. 따라서 교회 역사가들의 일치된 의견일 수 없다. 훨씬 중요한 기독교적 사실(史實)이 빠졌을 수도 있다. 이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책은 충분히 유익하다.
책은 간단하고 읽기 편하다. 원서 제목은 ‘5 Minute Church Historian’. 한 장면을 5분 내에 읽을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실제로 ‘죽음을 승리로 바꾼 사람’이라는 제목이 붙은 순교자 폴리캅의 이야기를 읽는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부분 교회사 책은 유익하지만 읽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의 문체는 전혀 어렵지 않다. 현학적인 내용은 거의 없다. 읽다보면 간단한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사진이 300장 남짓 들어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 쉽게 읽혀진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우리는 균형 잡힌 신앙을 위해서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교회사 책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회사 서적을 성경만큼 열심히 읽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아예 작정하고 정통 교회사 책을 읽지 않을 바에는 이 ‘…100장면’과 같이 다이제스트한 책을 통해서 교회사 흐름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10부로 이뤄진 책은 연대기 순으로 기술됐다. 예수님이 승천한 직후 핍박 가운데 교회가 형성된 것부터 2005년 이후 비서구권 국가로 복음의 흐름이 이동한 것까지 다루고 있다. ‘교회, 핍박의 씨앗이 뿌려지다’로부터 시작해 ‘기독교 역사는 멈추지 않는다’로 끝난다. 이 두 소제목이 2000년 기독교 역사를 상징하는 듯하다.
우리는 기독교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 것일까. 서문에서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한다. “믿음의 선배들은 진리를 믿고 나서 어떻게 살았을까? 기독교 역사는 그 답을 보여준다. 비록 이 땅에서는 영적 선조들을 만날 수 없지만 기독교 역사 속에서 그들은 우리가 진리를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때론 믿음의 선조들의 실수를 통해서도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당신과 나만이 그리스도의 실수투성이 제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가!”
저자가 이 책을 썼던 직접적인 이유는 두 아들 때문이었다. 학교는 물론 교회에서도 기독교 역사를 배울 기회가 없는 현실 속에서 그는 아들들에게 기독교 역사를 손수 가르쳤다. 그리고 그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중·고등학생 눈높이에 맞춰졌다.
좋은교사운동의 정병오 대표는 추천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마땅한 ‘기독교 역사책’이 없어 늘 아쉬웠다”면서 “바로 이 책에서 그 해답을 발견했다”고 썼다. 저자는 두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크리스천 부모들이 매일 자녀들과 함께 한 장면씩 읽는다면 상당한 교육적 효과를 얻을 듯싶다. 시간이 없다고? 5분이면 된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