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첫 산문집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 펴낸 이지상씨

입력 2010-03-25 18:04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에 실어 불렀습니다.”

시노래 모임 ‘나팔꽃’ 동인으로 활동하는 가수 겸 작곡가 이지상(45)이 첫 산문집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삼인)를 펴냈다. 그가 노래를 통해 만난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건져 올린 생각들이 담담한, 때로는 격정적인 필치로 펼쳐져 있다.

이씨는 대학 노래패에서부터 시작해 20여년 동안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민중가요’가 불려지는 노래마당에서 그는 꽤 알려진 인물. 그는 재일동포들이 세운 민족학교인 에다가와 조선학교 후원 모금회 공연, 사형제 폐지 국민운동 공연, 지리산 평화연대 공연 등을 통해 ‘낮은 곳’에서 있는 사람들을 노래하고, 그들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보산리 그 겨울’은 1992년 미군에게 처참하게 희생당한 윤금이씨 사건을 접하고 그 시대 누이들을 생각하며 지어 부른 노래이다. ‘폐지 줍는 노인’은 이른 새벽 골목길에서 빈 박스와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해빙기’는 90년대 후반 재개발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서울 신림동 난곡 마을 주민들을 위로한다. 그는 이 밖에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부른 ‘사이판에 가면’, 뇌성마비 장애인 축구단에게 바친 응원가 ‘꿈은 이루어진다’, 재일 조선학교를 노래한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학교다’ 등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는 노래들을 들고 낮은 세상을 찾아다녔다.

이씨는 “내가 만들고 부르고 또 좋아했던 노래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삶을 사는 비주류 인생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책에 실은 글들은 내가 희망하는 세상을 꿈꾸는 기다림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들은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고, 나의 교사들”이라며 “효율성이란 잣대로 본다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1999년 시인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정희성, 음악인 백창우 김원중 홍순관 등과 함께 시노래모임 ‘나팔꽃’을 만들어 활동해 온 그는 지금까지 ‘사람이 사는 마을’(1998) ‘상한 내마음의 무지개’(2000) 등 4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2004년부터는 성공회대에서 노래를 통해 우리의 잊혀진 역사를 되돌아 보는 ‘노래로 보는 한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노숙인과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연도 하고 있다.

“가진 게 별로 없지만 땀 흘리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그는 “노래는 세상에 대한 나의 발언방식”이라며 “땀과 노동, 진정성의 가치를 노래에 담아 세상과 소통하는 활동을 계속해 나 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