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日변호사가 본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모습
입력 2010-03-24 19:15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순간을 세밀하게 기록한 문건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KBS는 안중근을 무료 변론한 일본인 미즈노 기치타로(水野吉太郞) 변호사가 안 의사의 사형 당시를 기록한 글이 수록된 문예지 ‘남국야화’를 일본 고치 현립 도서관에서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1948년 11월5일 발행된 ‘남국야화’에서 미즈노 변호사는 “나는 안중근을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을 머금게 된다. 사형 집행일에 순백의 조선복을 입고 간수에 끌려 집행장에 나타났을 때는 줄 이은 집행관도 그의 거룩한 모습에 머리를 떨구어 훌쩍여 울었다”고 말했다.
미즈노 변호사는 아울러 “형무소장이 남길 말은 없는가라고 묻자 동양평화를 위해 만세삼창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것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3분간 묵도하고 교수대에 올랐다. 집행되어 20분 후에 시체를 내렸지만 아무 괴로움도 없이 마치 천국에 간 듯 했다”고 기록했다.
“사형집행 전날 한 시간에 걸쳐 면회했다”고 밝힌 미즈노 변호사는 “그 때 그에게 ‘인간은 반드시 한 번 죽는다. 이 세상에는 국가가 있어 국경이 있기 때문에 입장을 달리하지만, 천국에는 국가가 없고 국경이 없기 때문에 자네와 나하고도 친하게 마음껏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별의 말을 전한데 대해 그는 목을 옆으로 흔들어 ‘천국에도 국경이 있다. 그것은 종교다. 본인은 구교를 믿고 있지만 선생도 꼭 이것을 믿어주시오. 본인은 천국에서 선생이 구교의 신자가 되어 오실 것을 믿고 있다’고 힘차게 대답했다”고 밝혔다.
미즈노 변호사는 “당시 안중근은 자신이 한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자신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것은 재판이 잘못되었다는 신념으로 제소(提訴)했었지만 ‘이 판결에 대해서는 변호사로서도 불복이다. 그러나 결과로 볼 때 사형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조선의 지사가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제소를 했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은 본의와 달리 유감이 아니겠는가’라는 말에 즉시 제소를 거두어들였다”고 썼다. 미즈노 변호사는 이 광경에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 50년간 변호사일을 보았지만 일체 사형 변호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26일 오후 11시30분 1TV를 통해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기획 ‘안중근의 마음’에서 ‘남국야화’를 공개한다.
프로그램은 이와 함께 1910년 2월14일 사형 선고 후 3월26일 순국에 이르기까지 40일간 안중근이 남긴 유묵 글씨를 통해 안 의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 한국과 중국, 일본이 각자 서로 침략하지 않고 힘을 모으면 참다운 동양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도 소개한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