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개혁 지지율 ↑… 美 공화 거센 역풍

입력 2010-03-24 18:56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극력 반대했던 공화당이 역풍을 맞는 분위기다.

여론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강보험 개혁법안 통과를 계기로 공화당이 대대적인 정치 공세를 펴지만 의외로 미 국민의 절반 정도가 건보개혁을 ‘잘한 일’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23일(현지시간) 여론조사 응답자 중 49%가 건보개혁을 ‘잘한 일’로, 40%가 ‘못한 일’로 답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건보개혁안 통과 다음날인 22일 전국 성인 100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것이다. 또 50%가 하원의 법안 통과에 대해 ‘열렬히’ 또는 ‘많이 기쁘다’고 응답했다. 최근 여론조사 중에서 건보개혁을 지지하는 가장 높은 수치다. ‘불만스럽다’는 23%, ‘화가 난다’는 19%였다.

건보안 통과 직전까지 지지율은 대개 30% 안팎이었다. 하원 표결 이틀 전인 지난 19일의 갤럽 조사 결과에선 법안 통과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답한 사람이 28%였다. ‘불리하다’고 보는 응답자는 37%,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29%로 나타났다.

갤럽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이 좀 더 우호적으로 변하는 것에 대해 “법안 통과는 명백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승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악재는 또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 하원 표결 토론과정에서 한 폭언 등에 대해 미 언론이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낙태문제 때문에 법안에 반대 입장이었던 민주당 바트 스투팩 의원이 찬성 발언을 할 때, 공화당 랜디 노거바우어 의원이 “영아 살해범(baby killer)”이라고 고함을 쳤다. 당시 누가 소리를 질렀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이 대대적으로 “누군지 밝혀내야 한다”고 공화당을 압박하자 노거바우어 본인이 ‘자수’했고, 공식 사과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의사당 앞에서 일부 민주당 흑인 의원들에게 ‘깜둥이(negro)’는 폭언과 침까지 뱉은 사실엔 흑인사회는 물론 여론까지 들끓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정치적 역풍을 걱정할 정도다.

한편 미국 14개 주(州) 검찰총장들은 건보개혁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루이지애나주를 제외한 13개 주 검찰총장은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