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IMF’ 출범… 한 중 일+아세안, CMIM 협정 발효
입력 2010-03-24 21:59
#1. 2010년 가을. 중국 베이징시 재정부 청사 부장실과 인민은행장실 팩스 수신기가 동시에 울린다. 제목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기금(CMIM) 통화스와프 요청서’. 팩스 제목을 본 직원이 황급히 팩스를 들고 장관실격인 부장실로 달린다. 비슷한 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재 재무부 장관실과 중앙은행(SBV) 총재실. 같은 내용의 팩스를 테이블 위에 놓고 외화자금 담당 간부회의가 시작된다.
#2. 팩스 접수 후 1주일. 동아시아국가연합(ASEAN)+3 재무차관회의가 소집된다. 장소는 공동 의장국인 베트남 하노이.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A국 재무차관이 긴장을 감추고 회원국 차관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하노이에 집결한 재무차관들이 재적 3분의 2로 통화스와프 지원을 의결한다.
CMIM 출범 이후 ASEAN과 한·중·일 3개국 가운데 회원국의 긴급요청을 전제로 한 가상의 통화스와프 지원 시나리오다. 총회와 이사회의 의결을 모두 거쳐야 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에 비해 CMIM의 경우 최장 2주 이내에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대외경제 변수에 취약한 아시아 신흥국의 특성이 고려된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금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아시아 금융안전판’ 발효=ASEAN+3 회원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24일 CMIM 협정 발효를 환영했다. 외환보유액이 적은 소규모 개방경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해외자본에 의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를 결정하는 ASEAN+3 재무차관회의도 서면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돼 있어 통화스와프 요청 검토와 지원 결정시한이 각각 1주일로 2주가 채 걸리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속성에 비해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ASEAN 국가들이 가용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 규모가 분담금의 2.5배에서 5배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제 협상 과정에서도 ASEAN 국가들 사이에서 심리적 안전판 수준이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며 “다만 IMF로 가기 전에 의지할 수 있는 아시아 역내 안전망이 생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일본과 동등 대우 예상”=아시아 신흥시장 내 다자화 금융안전망이 출범하면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 가운데 하나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이번 CMIM에서 일본과 동일한 지분을 따낸 중국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시 일본 수준의 대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선진국 진영에서는 신흥국의 부상을 꺼리는 움직임이 강하다”며 “지난달 송도에서 열린 G20 재무차관 회의에서도 이와 관련한 주요국의 의견개진이 활발하게 진행된 만큼 향후 중국의 지분 요구가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