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교계 自殺예방운동 기대 크다

입력 2010-03-24 18:10

기독교 천주교 불교 유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가 어제 보건복지부,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함께 자살 없는 건강사회 구현을 위한 종교 지도자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자살 예방 운동에 돌입했다. 종교계가 이처럼 자살 예방에 앞장서기로 한 것은 우리 사회의 자살 풍조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08년 국내 자살 현황‘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에만 1만285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평균 35.1명이 자살한 셈이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몇 년째 1위다. 근래엔 젊은층의 자살 비율이 늘고 있어 걱정이다. 2008년 기준으로 20대 사망원인 중 자살 비율은 40.7%, 30대는 28.7%에 달했다.

자살률을 낮추려면 자살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자살은 교육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와 자살미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자살 예방 교육을 확대 실시해야 한다. 선진국에선 정신질환자나 자살미수자는 물론 중고생과 젊은이들에게도 자살 예방법을 교육한다. 그 결과 핀란드는 1990년 인구 10만명 당 30명이던 자살률을 10년 만에 18명 수준으로 낮췄다. 미국도 자살 예방 교육으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는 자살 대책에 너무 소극적이다. 자살을 나약한 심성을 가진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지만 정부의 미온적 대책도 자살 예방을 어렵게 만든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자살 예방 사업에 쓴 돈은 594억원이었다. 그나마 대부분은 지하철 스크린 도어 설치 등 간접 예산이고 자살 예방에 직접 쓴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학교 자살 예방 교육에만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 사회엔 불경기와 실업난, 치열한 경쟁구조 등 우울증을 유발하고 자살을 조장할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생명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 종교계와 정부는 물론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해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문화를 퇴치하고 생명의 문화를 세워갈 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