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귀하는 이건희 회장

입력 2010-03-24 17:49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24일 경영일선에 복귀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말 특별사면을 받은 지 석 달 만이다.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측돼 왔으나 최근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 체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한다는 차원에서 앞당겨진 듯하다.

세계적인 일류기업 도요타가 1000만대가 넘는 대량 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 전 회장도 삼성그룹 공식 트위터에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또 그는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래경영이란 깃발을 내걸고 반도체 부문에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온 그의 위기 파악 능력과 도전의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갑론을박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그가 삼성전자의 개인 대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일선에 복귀, 오너의 책임경영을 통해 위기 상황을 서둘러 점검하고 새로운 도약을 꾀하는 것은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득이 될 터다.

다만 한 가지 과거 삼성식 경영을 상징해온 전략기획실(구조조정본부), 즉 그룹의 컨트롤타워에 대한 문제는 분명히 해야 한다. ‘삼성 특검’ 이후 구조본은 해체됐었다. 전 세계에 걸친 수백개의 법인과 27만여 직원을 거느린 삼성그룹을 이끌어가려면 경영보좌 기구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구조본에 대한 저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일신하기 위해서라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꾸려야 할 것이다.

위기는 분명 기회다. 특히 재빠른 위기 파악이 선제적 대응으로 이어질 때 기업은 성장하고 국가는 발전한다. 글로벌기업 삼성이 다시 10년 앞을 내다보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창출,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바를 몸소 실천해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도요타 사태의 근본 원인이 오만과 독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