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동차보험, 소비자가 우선돼야
입력 2010-03-24 21:33
오는 9월부터 연간 2회 이상 속도나 신호를 위반해 적발되면 범칙금을 내든 과태료를 내든 보험료가 올라간다. 금융감독원은 그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자동차보험 경영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두 차례 이상 속도·신호위반시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사실에 운전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흥분할 일이 아니다. 대신 안전운전을 하는 사람에게는 0.2% 포인트 정도 보험료를 깎아줘 전체적으로는 더하기와 빼기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막연히 반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통계적으로 보면 교통법규 위반이 많은 사람이 사고 위험도 높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법규 위반을 자주 하지만 평생 사고 한번 안 내는 사람도 적지 않고, 일부 택시운전사처럼 운전을 아주 잘하는 사람은 교통법규 위반을 일삼으면서도 단속은 교묘히 피해간다.
더군다나 법규 위반으로 벌금을 물리고 보험료까지 올리는 것은 이중 부담이다. 국가가 정한 규정을 위반해서 벌금을 냈는데, 다시 민간사업자가 “법규를 위반했으니 사고를 내지는 않았지만 보험료를 더 내라”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법규 위반이 사고를 유발해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면 벌금을 대폭 올리거나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
지금 운전자들은 자동차보험에 불신이 깊다. 일부 정형외과에 즐비하게 누워있는 소위 ‘나이롱환자’나 정비업계의 불법 과잉정비 등 보험사기로 인한 누수액이 연 2조원에 달한다. 대책에서도 밝혔듯 불법 정비업체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 자동차보험 의료수가 하향 조정 등을 적극 추진해 소비자들의 불신부터 씻어야 한다. 또한 교통사고가 줄어들도록 도로나 신호등 정비도 선행돼야 한다.
당국은 대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운전자를 구태여 교통법규 위반자와 안전운전자로 나누고 있지만 그 경계는 극도로 불분명하다. 그냥 운전자일 뿐이다. 그리고 일반인들을 볼모로 한 대책은 가장 나중에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