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격 경영복귀] 李회장-컨트롤타워-CEO 일사불란 삼각편대 재가동

입력 2010-03-24 21:06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로 삼성그룹의 경영형태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 회장의 공식적인 직책은 삼성전자 회장이다. 하지만 ‘위기’ 극복이 이 회장의 경영복귀의 명분임을 감안할 때 이 회장은 앞으로 그룹 경영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핵심사업을 결정하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이 회장은 삼성의 구심점으로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때도 핵심 계열사의 대주주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존재였으나 다시 회장 직함을 갖게 됨에 따라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물러날 당시 이 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이었으나 그룹 회장으로 불렸다. 이번엔 대표이사는 빼고 회장으로 복귀했으나 그룹 회장의 역할과 대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조직도 확대,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은 사장단협의회 산하의 업무지원실 기능을 확대하고 커뮤니케이션팀은 브랜드관리실로, 법무실은 윤리경영실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또 이들 3개 그룹 조직을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과거 전략기획실이 담당했던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즉 형태상으로는 ‘계열사 독립경영’을 유지하되 실질적으로는 ‘이 회장-컨트롤타워(전략기획실)-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경영’이 다시 가동되는 것이다.

전략기획실은 시대에 따라 비서실,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이름이 바뀌었으나 줄곧 총수의 손발, 그룹의 중추로 기능해 왔다. 2008년 이 회장 퇴진과 함께 해체가 결정되고 그 해 6월 30일 해단식까지 가졌다.

총수의 복귀로 보좌기구가 다시 필요해졌다. 곧 마련될 삼성전자 회장실이 직접적인 보좌 역할을 하겠으나 3개 그룹 조직을 총괄하는 기구가 그룹 전체를 조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름이 어떻게 붙여지든 전략기획실 기능이 실질적으로 부활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현 고문)의 복귀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조직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선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며 “어떤 조직이 생기든 예전 전략기획실처럼 계열사들을 직접 관할하고 밀착 관리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사업을 조정하고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탄력=삼성이 2008년 4월에 발표한 경영 쇄신안 중 일부는 이행됐지만 일부는 이 회장의 복귀로 무의미해졌고 진전이 안 된 사안도 있다. 쇄신안 내용대로 퇴진했던 이 회장과 이재용 부사장이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으며, 해체됐던 전략기획실도 유사 기능을 가진 조직이 신설될 경우 되살아난 것이나 다름없어진다. 이 같은 약속 번복은 이후의 성과로 정당화시켜야 할 부분이다.

쇄신안 중 남은 과제는 지주회사 전환 및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실명 전환한 차명재산을 유익한 일에 쓰는 것이다. 삼성 측은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중장기 과제로 논의 중이며 이 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오너 총수가 돌아옴으로써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삼성생명 상장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좋은 일에 쓰겠다고 한 차명재산의 용처는 곧 발표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사회 각계에서 수많은 의견을 듣고 고민해 왔다”며 “이 회장이 돌아왔으니 조만간 발표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