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격 경영복귀] 후계구도 변화오나… 큰틀은 유지, 속도는 조절

입력 2010-03-24 21:46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복귀가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구도’ 변화는 없겠지만 ‘속도’ 변화는 예상된다. 즉 이재용 (사진) 삼성전자 부사장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되겠지만 그 시기는 다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후계구도의 길은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 회장이 퇴진하고 지난해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자 재계에선 이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복귀한 이상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 이 회장이 있는 상황에서 이 부사장이 ‘경영대권’을 이어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2년 전 이 회장이 퇴진할 때 최고고객책임자(CCO)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다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최고경영자(CEO)를 보좌하는 역할이지만 경영 전반에 관여하는 중책이어서 재계에선 삼성이 사실상 ‘이재용 체제’로 재편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24일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이재용 부사장의 향후 활동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이 부사장의 역할은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이란 뜻이다. 대신 아버지(이건희 회장) 밑에서 경영수업을 철저히 받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 회장의 선친인 이병철 선대 회장도 셋째 아들(이건희)에게 자질이 있다고 판단하고도 경영권을 바로 넘기지 않고 경영수업을 철저히 시켰다. 이건희 회장은 37세 나이로 그룹 부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에 참여한 뒤 45세 때 선친이 작고하자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 회장 역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 전시회 ‘CES 2010’을 찾았을 때 “(이 부사장을 비롯한 자녀들은) 아직 어린애라서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이 회장의 명예로운 퇴진과 이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맞물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가 후계 구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