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잃은 ‘희망근로’… 중도포기 잇달아

입력 2010-03-24 21:17


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희망근로사업 시작 3주 만에 중도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쓰레기줍기, 잡초제거 등 비교적 손쉬운 작업 위주로 편성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가로수 정비, 하수도 준설, 하천 정비 등 작업 강도가 높아져 노약자 등이 급속히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마감된 희망근로사업은 10만5138명 모집에 46만9792명이 지원, 평균 4.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실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시작된 사업에서 중도탈락자가 속출하고 있다.

본보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희망근로사업 중도 탈락률을 조사해본 결과 24일 현재 평균 14.5%로 나타났다. 33만8909명 모집에 8만18993명(24.2%)이 탈락했던 지난해 전체 통계와 비교해 보면 참여자의 중도탈락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하루 4시간, 주 3일 이내로 근로시간이 제한돼 보수가 지난해 월 80만원에서 50만원대로 대폭 낮아지면서 이탈자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의 경우 사업 시작 20여일 만에 희망근로 선발인원 5339명 가운데 1396명이 포기해 중도탈락률이 26.1%나 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희망근로 중도포기율 28%에 육박한 수치다. 제주와 충북의 경우도 탈락률이 24.1%와 21.8%로 20%를 넘었다.

대구시도 853개 사업장에서 7599명을 동원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16.0%인 1215명이 일을 그만뒀다. 사업 내용이 가로 및 인도 정비, 경로당 도배, 슬레이트 지붕 개량 등 비교적 힘들거나 자전거 수리 같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어 포기자가 속출했다.

229개 사업장에서 8323명을 모집한 부산시의 경우 1208명(14.5%)이 중도 포기했다. 대부분은 하수도 준설, 공원 정비 등의 작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강도가 훨씬 높아 일을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다.

탈락률이 15%대 이하인 곳은 강원 경기 서울 부산 광주 등이었다.

경북도 새경북기획단 희망근로업무 담당자는 “작업환경이 열악하거나 원거리 근무로 인한 교통 불편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지난해에 비해 낮은 임금과 상품권 지급 등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실운영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지자체들은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희망 근로 적격자 찾기가 마땅치 않은데도 실적을 위해 일자리 수를 늘려 중앙정부의 예산만 따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도 포기자에 대해서는 “대기자가 줄을 서 있다”며 방치하고 있는 형편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