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CEO 리더십-(12) IT 뉴리더 이석채 KT회장] 미래를 읽어 세상을 바꾸다

입력 2010-03-24 18:13


KT 회장 이석채(65). 그는 ‘불도저’ ‘투사’로 불린다. 일단 목표가 설정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는 강한 추진력 때문에 붙여졌다. 재정경제원 차관 시절에는 한국은행과 각을 세웠다. 그만큼 소신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그가 지금 KT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1년부터 2008년 말까지 KT 매출은 8년째 11조원대에서 묶였다. 설상가상으로 영업이익은 계속 줄었다. 2002년 민영화됐지만 KT는 공기업 잔재를 벗어나지 못한 덩치만 큰 ‘공룡’이었다. 통신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만년 정체에 머물러 있던 KT에 등장한 구원투수가 바로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부터 시작해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재정경제원 차관 등을 거치며 거시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했다. 또 정보통신부 장관과 브리티시텔레콤(BT) 고문을 지내 정보통신 분야를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다.

그는 미래 IT의 키워드가 스마트와 융합이라고 믿는다. 이 회장은 KT가 IT 솔루션 회사로 불리길 원한다. 단순한 통신업체가 아니라 네트워크 솔루션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취임 직후 KT와 KTF 합병 문제에 집중, 일사천리로 5개월 만에 합병 작업을 끝냈다. 양사 합병은 오랜 숙원이었지만 경쟁사들의 반대 등으로 그동안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유무선 통합 트렌드를 읽은 이 회장으로선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과제였다. 이 회장은 합병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로 사용자 혜택을 늘릴 수 있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큰 그림을 제시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설득에 나섰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 주주환원정책 유지 등을 통해 주주의 지지도 얻어냈다.

그는 합병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선전화, 이동통신 등 기존 주력사업의 매출감소를 겁내지 않고 다양한 컨버전스 상품으로 미래 성장기반을 닦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쿡앤쇼’ 등 다양한 유무선 결합상품을 내고 통신료 인하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합병과 더불어 제2의 창업을 위한 새로운 경영방향인 ‘올레(Olleh)’를 발표했다. 감탄사 ‘Ole’와 발음이 같은 이 단어는 헬로(Hello)의 역순으로 역발상의 혁신적 사고로 새로운 미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올레와 더불어 유선 통합브랜드 ‘쿡’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전 직원이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 쿡 광고문구인 ‘집 나가면 개고생’ 현수막을 붙여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략을 썼는데 이 회장은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집에 현수막을 달았다.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 덕분에 올레는 2009년 최대 히트 단어가 됐고 4월 출시된 쿡 브랜드는 2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단숨에 6위를 차지했다. 무선인터넷 매출 감소를 걱정해 경쟁사들이 도입을 꺼리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국내 시장에 처음 들여온 것도 이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업무 IT화’를 선포하고선 즉각 ‘KT 아이디어 위키 시스템’을 구축했다. 누구든 정보를 올리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온라인 사전 위키피디아처럼 누구라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관련 아이디어가 모이면서 구체화되는 시스템이다. 도입 석 달 만에 1만2400건의 아이디어가 제안됐고 47만 조회수를 넘겼다.

화상회의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지사를 가진 KT로선 한 곳에 모여 회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이를 화상회의 활성화로 해결한 것. KT는 국내외 회의의 20%만 화상회의로 대체해도 연간 137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인사에서도 파격적이었다. 전문성이 있다면 어디서든 인재를 삼고초려 하는 데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전 오라클 사장인 표삼수 기술전략실장(사장)과 BT에서 근무한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 양현미 전무, 송영희 전무를 외부에서 영입했고 내부 여성 임원을 승진시키는 등 여성 관리자를 확대하며 여성 친화적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기존의 상품별 조직을 홈고객부문, 기업고객부문 등 고객군을 중심으로 한 조직체계로 전환해 집중력을 높였다.

서울고검 정성복 차장검사를 윤리경영실장(사장)으로 영입하며 윤리경영을 강화했고 “KT가 살려고 협력업체를 후려치는 것은 내 철학과 맞지 않다”며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시스템을 재구축한 것도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KT 이석채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